집 비운 때 우리집 '야옹이'와 전기레인지가 만나면…
"화재 가능성 커…버튼 보호 장치 설치하거나 콘센트 뽑아야"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지난 6일 자정 무렵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서 불이 났다. 다행히 큰불로 번지지 않고 약 30분 만에 꺼졌지만, 여러 가구가 모인 오피스텔 건물에서 자칫 큰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 방 안에서 전기적 단락이나 기계적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주방의 화기도 가스레인지가 아닌 전기레인지라 가스 누출 가능성도 없었다. 이런 이유로 당시 집 안에 있던 고양이가 강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집 주인 A씨는 불이 나기 약 1시간 전에 집안에 고양이 2마리를 풀어놓고 외출했다. A씨는 "최근 몇 달 사이 고양이가 전기 레인지 상판에 주방 집기류를 물어다 옮겨놓은 적이 있었고, 스위치를 눌러 행주를 2차례 태우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불이 났다. 혼자 사는 집주인은 평소 집에서 조리용 인덕션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포장된 택배 박스를 그 위에 올려놓고 외출했다. 불은 집기류 등을 태워 230만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현장 조사결과, 인덕션 가열 밸브가 약 30도 정도 돌아가 있었다. 주인이 종이 박스를 올려두고 밸브를 돌린 후 외출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은 상황. 유력한 용의자로 집 안에 있던 반려견이 지목됐다.
앞서 지난해 5월 대전시 유성구에서도 오피스텔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전기레인지 위에 놓인 과자상자에 불이 붙어 화재가 났다. 전기 레인지의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
소방 당국은 당시 집 안에 있던 반려묘가 발로 스위치를 건드려 불이 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집주인은 "과거에도 고양이가 발로 터치 스위치를 건드려 전기레인지를 작동시킨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히 웃어넘길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해마다 느는 추세다. 지난해 여신금융협회의 조사결과 애완동물 관련 카드 사용은 1분기에 비해 2분기에 25.9%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핵가족화로 반려동물과 혼자 사는 시민이 늘어 업계 소비도 큰 폭으로 는 것으로 보고 있다.
1인 가구용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는 안정성을 이유로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이나 전기레인지가 설치된 곳이 많다. 최근에는 버튼으로 간단히 작동이 가능한 제품이 많은데,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반려동물이 스위치를 누를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하이라이트 전기 레인지의 경우 전자기유도 방식인 인덕션과 달리 열선에서 직접 열이 나와 종이나 의류 등에 불이 붙기가 더 쉽다. 집에서 조리를 거의 안 하는 오피스텔 집주인이 인덕션 위에 물건을 올려 둔 경우 스위치가 켜졌을 때 바로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11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라면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불이 붙을 수 있는 물건은 전기레인지 근처에 절대 두지 말고,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전기레인지 등 버튼을 누르지 못하도록 보호 장치를 설치하거나, 외출 시에는 아예 콘센트를 뽑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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