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판 유전무죄"…59명 사망한 극장 주인에 가벼운 처벌
유가족·누리꾼들 "부자 다르게 대우한다"며 사법부 비판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에서 1997년 6월 59명의 사망자를 낸 영화관 화재 사건이 발생한 지 20년 만에 극장주에게 비교적 가벼운 징역 1년형이 확정됐다.
10일 일간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인도 대법원은 당시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아 피해자들을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된 영화관 소유주 고팔 안살(67)에게 징역 1년을 확정하고 4주 이내에 미결구금일수를 제외하고 남은 7개월 형기를 집행하라고 선고했다.
대법원은 또 공동소유주인 고팔의 형 수실 안살(77)에게도 징역 1년을 확정했지만, 고령을 이유로 형을 집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법원은 2년 전 이들 형제가 각각 3억 루피(55억원)씩 납부한 벌금은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1997년 6월 부동산 재벌인 안살 형제가 수도 뉴델리 남부에서 운영하던 우파르 극장에서는 영화 상영 중 변압기에서 시작된 불로 관객 59명이 사망하고 109명이 다쳤다.
조사 결과 이 극장은 규정을 어기고 변압기를 건물 내부에 뒀으며 허가받은 것보다 더 많은 좌석을 상영관에 설치해 비상구를 막았고, 사망자 대부분은 비상구를 찾지 못해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안살 형제는 오랜 법정 공방 끝에 2007년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하지만 이들은 몇 달 뒤 모두 보석으로 풀려났고 2심은 이들의 형기를 1년으로 줄였다.
대법원은 나아가 화상 치료 센터 건립을 위해 벌금을 내는 조건으로 이들의 잔여 형기를 집행하지 않기로 했지만, 경찰과 피해자 가족이 반발해 형 집행 청원을 제기하면서 이들의 재판은 20년 동안 이어지게 됐다.
당시 화재로 17살 딸과 13살 아들을 잃고 유가족 모임을 이끈 닐람 크리슈나무르티(여)는 20년간 재판 끝에 공동소유주 한 명에 대해서만 징역 1년이라는 결과로 종결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20년 동안 재판을 끈 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형을 면해준다는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인도에서 돈 있는 사람들은 죄가 가벼워지는 특권이 있는 것 같다"고 반발했다.
인도 누리꾼들도 트위터 등에 "사법부가 보통사람과 부자를 다르게 대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등의 글을 올리며 사법부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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