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섭 "지금이 경제독재?…경제민주화는 일그러진 화두"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10일 "지금이 경제 독재인가. 경제민주화는 일그러진 화두"라며 정치권 일각에서 일고 있는 경제민주화 움직임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신 교수는 이날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40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경제민주화의 허상과 위험, 그리고 기업의 대응'이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대선 때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제민주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말 고질적인 문제인지, 방향이 잘못 잡혔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상당수 수단이 미국 주주 민주주의에 가까운데 미국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1% 대 99%라는 심각한 양극화를 가져온 원인"이라며 "1997년에 기업 구조조정을 하면서 30대 재벌 중 17개를 없앴는데 개혁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은 나머지 기업이 과연 개혁의 대상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가 나빠진 것은 오히려 1997년 이후라는 점을 강조하며 그 이유를 재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미국식 시스템을 가져와 문제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미국식 시스템의 예로는 노동 유연성을 통한 미국식 구조조정을 의미하는 정리해고, 경영진의 임금이 급등하는 계기가 된 스톡옵션 도입, 승자독식 시스템이라 분배에는 좋지 않은 벤처 육성 등이 꼽혔다.
우리나라의 재벌 정책에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신 교수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재벌정책을 펴고 있다"며 "기업 지배구조를 사전 규제하며 경영승계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규모 경제민주화 법안이 발의됐는데,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일)"라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헌법정신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30년 동안 재벌 원죄론으로 때려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미국처럼 양극화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지금 법안처럼 재벌 주주들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면 균형이 더욱 무너질 것"이라며 "생산적 지분을 가진 이들이 고용창출과 생산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벌의 가족경영에 대해서는 장기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옹호했다.
신 교수는 "상속세율을 낮추기 어려우면 재단을 통해 생산, 고용을 달성하는 새로운 기업이 만들어지도록 해야한다"며 "재벌뿐 아니라 중견, 중소기업 모두 승계 문제가 걸려 있는데 이를 통해 새로운 기업군을 대폭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 한국은 지나치게 창업만 강조한다"며 "적당하게 창업해서 잘 키우는 게 중요하다. 한국의 산업금융이 외환위기 이후 무너지고 차입을 통한 대출 또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바뀌었는데 이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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