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인사정책 흔들기…장기집권 위한 포석?"
'장관급' 리리궈 전 민정부장 '3계급'이나 강등
능력위주 발탁과 강등…'7상8하' 원칙도 깨질 듯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이 부패 혐의로 낙마한 리리궈(李立國·64) 전 민정부장을 '능력 부족'을 근거로 3계급 강등시킨 것을 두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한 '인사정책 흔들기'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특히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은 리리궈 전 부장에게 능력이 없어 조직 관리에 실패했다는 이유를 들어 징계를 내린 것은 역으로 능력만 있다면 기존 '인사 관행'을 깰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10일 논평에서 "리 전 부장에 대한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처분은 매우 보기 드문 일"이라고 평했다.
둬웨이는 특히 고위 관료가 관할 기관에서 시스템적인 부패를 막지 못했단 이유로 '낭떨어지식 강등'을 당한 것은 중국 정치사에서 흔한 일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리 전 부장은 시 주석 집권 후 낙마한 첫 장관급 관료이자 지난해 제정한 '중국 공산당 문책 조례'와 '중국 공산당 기율처분조례'의 첫 적용 대상이 됐다.
중앙기율위의 이번 징계는 단순히 무능력한 관리에 대한 처벌이라기보다는 '시진핑 1인 체제'를 위한 인사정책 흔들기로 보인다.
'능력 위주'로 인사정책을 펴면 이를 명분으로 기존 인사 관행들을 깨뜨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측근을 주요 보직에 배치하는 근거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시 주석의 오랜 측근인 차이치(蔡奇) 베이징 시장은 지난달 시장에 취임한 직후 지역 군 개혁 관련 조직 수장인 영도소조 조장을 맡으면서 승진 가도를 달리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차이 시장이 영도소조 조장을 맡은 것은 보통 시장과 성장보다 직위가 높은 당 서기가 영도소조 조장을 맡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평했다.
시 주석과 10년 이상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는 차이 시장은 시 주석의 핵심 측근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로, 지난해 10월 베이징 대리시장으로 승진한 뒤 지난달 정식 시장으로 취임했다.
이번에 영도소조 조장을 맡으면서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에서 중앙정치국 위원(25명)으로 선임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올가을 열리는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능력에 따라 발탁과 강등을 시키는 '능상능하'(能上能下) 정책을 본격적으로 활용해 당내 권력 강화 수단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인사정책 흔들기는 중국 최고 지도자의 종신제를 금기로 하는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로까지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해서 '7상8하' 원칙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는 의견은 이미 당 내·외에서 여러 차례 제기됐다.
대대적인 정계 개편이 예상되는 19차 당 대회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유지돼 반부패 사정을 진두지휘한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겸 정치국 상무위원의 임기 연장으로까지 이어지면 이는 더 명확해진다.
올해 말 69세가 되는 왕 서기의 임기가 연장되면, 2022년 69세가 되는 시 주석이 선례를 근거로 집권 연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위원들의 시 주석을 향한 충성 맹세와 자아비판 등도 이를 뒷받침한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케리 브라운 라우 중국연구소 소장도 "불문율은 수정되기 쉽다"며 "당을 둘러싼 정치적 필요성이 핵심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유용하거나 인사를 유임시키는데 유리할 경우 수정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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