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에 "불 놓겠다" 전화한 뒤 LP가스 불 붙여 숨져
지적장애 아들 위독…"부인·母 떠난 뒤 우울증"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부인이 집을 나가고 지적장애 8세 아들과 함께 살던 50대 가장이 집에 불을 질러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10일 청주 흥덕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새벽 0시 20분께 서원구 남이면 유모(53)씨의 집에 불이 났다.
불이 나기 3분 전 유씨는 119에 전화를 걸어 "가스를 틀어놨으며 곧 불을 놓겠다"고 말했다.
119소방대에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화염이 이미 유씨 집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이웃 주민은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유 씨의 집에 불이 났다"고 전했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유씨는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집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된 유씨의 아들(8)은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유씨의 아들은 호흡과 맥박은 되찾았지만, 의식이 없고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듣고 말하는데에도 어려움이 있는 유군은 지적장애 2급으로 특수 학교에 다녔다.
불은 유씨의 집과 인접한 단독 주택을 태워 1억5천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내고 약 1시간 만에 진화됐다.
숨진 유 씨의 집에서는 불에 탄 LP 가스통이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젊은 시절부터 줄곧 청주 남이면에서 살아온 유씨는 마흔살이 넘어 중국인 아내와 가정을 꾸렸다.
이웃들은 유씨가 평범했던 가장이었으며 마을 사람들과도 잘 어울렸다고 전했다.
회사에 다니며 모아둔 돈과 토지 보상금을 받아 마련한 자금으로 번듯한 단독 주택을 짓고 노모와 아내, 아들과 함께 살았다.
유씨의 불행은 5년 전 아내가 집을 나가면서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의지했던 노모마저 세상을 떠났다.
마을 주민 A(60)씨는 "아내가 떠난 뒤에도 아들과 그럭저럭 살던 유씨가 작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씨가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유씨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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