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공세적 대북정책 예고한 미 국무장관
(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내정자 신분일 때 상원 인준청문회 답변 자료에서 언급한 새로운 대북 접근법이 뒤늦게 공개됐다. 틸러슨 장관은 8일(현지시간) 공개된 이 자료에서 "북한은 역내 및 국제 안보에 최우선적 위협 중 하나"라면서 "북한의 다수 위협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 접근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군사적 위협부터 외교적 문호 개방까지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군사적 조치까지 옵션으로 거론된 것은 미국 조야에서 확산하는 대북 선제타격론과 비슷한 맥락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지난달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대북 선제타격 옵션에 대해 "어떤 것도 (논의의) 테이블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틸러슨 장관은 대북 제재 문제와 관련,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기관을 직접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 지도자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자들이 현행 (핵·미사일 개발) 정책을 지속하는 데 따른 비용과 혜택을 재평가하도록 압박하려면 군사적 위협과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제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대북 지원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는 제재수단이다. 미국은 지난해 9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물자거래를 지원한 중국 기업 단둥훙샹실업발전을 직접 제재했다. 그런 대 중국 세컨더리 보이콧이 트럼프 정부에서 광범위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중국이 미국 경제를 갉아먹으면서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온적이라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해왔다.
틸러슨 장관은 이 답변 자료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야욕을 버리지 않는 한 직접 대화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묻는 말에 "유엔 안보리가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극도로 강력한 두 건의 제재를 부과했다"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 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달리 공세적인 대북정책을 펼 경우 북한의 반발 정도에 따라 한반도 긴장이 극도로 고조할 수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예고한 상황에서 3월 연례 한미연합훈련 키리졸브 연습에는 미국의 전략무기가 대거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한반도에서 강 대 강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신정부의 대북정책 입안 과정에서 군사적 옵션이 연거푸 언급되는 상황인 만큼 한미 공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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