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1도 추위에 1시간 44분여 정전…피해보상 '막막'
(곡성=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전남 곡성군에서 지난달 2시간 가까이 정전이 발생, 41개 농가·135개 동 농축산물이 냉해 피해를 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9일 전남 곡성군과 한국전력 광주전남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오후 11시 18분 전남 곡성군 겸면과 입면에 1시간 44분가량 전기공급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전사고는 전신주에 설치된 개폐기가 '빗물유입' 이나 '강추위' 등으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고장나면서 발생했다.
한전은 정전 사실을 인지하고 복구반을 긴급 투입했지만, 끊긴 전력을 복구하는 데에 1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영하 11도의 날씨에 전력공급이 장시간 끊기면서 전기 난방이나 보온시설물을 갖춰 작물을 키우던 하우스 농가와 축산 농가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잠정 조사결과 전기가 끊긴 곳은 겸면과 입면이었지만, 이 두 곳을 비롯한 곡성군 4∼5곳 읍·면 지역 41개 농가, 135개 동에서 시설 하우스 내 피망이 냉해로 말라죽거나 수확을 앞둔 딸기가 물러지고, 감자 이파리가 얼어 수확하지 못하는 피해를 봤다.
겸면 일부 축산 농가에서는 우렁이가 폐사하거나, 새끼 오리 2천마리가 압사했다는 피해 신고도 접수됐다.
정전된 곳은 두 곳이었지만, 다른 2∼3개 읍면 지역도 전력시스템상 정전의 여파로 전압이 낮아지거나 전력이 일시적으로 끊기는 상황을 겪으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보온을 위한 난방장치나 수막설비가 수동으로 작동하는 곳에서 일시적으로 전력이 끊긴 후 다시 재작동하지 않아 정전 사실을 알지 못하고 하룻밤을 보낸 농가를 중심으로 냉해가 발생했다고 곡성군은 설명했다.
특히 전력사용량이 소량에 불과한 영세농가의 경우 정전이 발생한 사실을 한전으로부터 통보받는 시스템에 가입하지 못해 밤새 피해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농가들만 정전 사실을 알고, 시설 하우스 등으로 나가 신문지 등을 태우며 응급 보온 대책을 해 피해를 줄였다.
문제는 한전과의 계약상 정전 발생 시 농가 자체적으로 전력수급(자가 발전기 등 활용)에 대비하게 되어있어 피해보상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 사례에 비춰보면 한전 측은 민사소송 등의 과정을 통해 자체 과실이 인정될 때만 일부 보상을 할 수 있다.
한전 측은 "현행 내부 규정상 예상치 못한 정전 피해를 한전이 보상할 근거가 없다"며 "피해 농가를 전수조사해 보상 관련 심의를 한전 본사 측에 요청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보상이 여의치 않으면 손해 입은 농가의 전기시설물을 점검하고, 수리하는 서비스를 펼칠 것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곡성군은 향후 이 같은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 농가가 정정 발생 시 한전 측으로부터 통보 메시지를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 가입을 독려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진교선(55) 곡성군 입면 시설 하우스 연합회장은 "30분∼1시간 여만에 전력이 복구됐다면 피해가 덜했을 것이다"며 "한전 복구반이 고장 난 곳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 복구가 지연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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