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A·O형 동시발생에 백신 '비상'…바이러스에 무방비 상태
"O+A형 백신 물량 부족…긴급 수입해도 일주일가량 걸려"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경기도 연천지역 젖소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앞서 충북 보은이나 전북 정읍지역에서 발생한 것과는 다른 유형의 구제역으로 확인되면서 방역 당국이 추진하던 신속한 백신 접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국은 애초 지난 8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전국 소 330만 마리 중 제외 대상(접종 후 4주가 경과하지 않은 소 등)을 뺀 283만 마리에 대해 백신 일제접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처음에 당국에 표본조사를 통해 파악한 것과 달리, 일선 소 농가의 실제 항체형성률이 0~50% 등으로 터무니없이 낮게 나오면서 긴급히 추진한 조치였다.
그러나 연천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O형'인 보은이나 정읍과 달리 'A형'으로 확인됨에 따라 차질이 생기게 됐다.
이 유형에 적합한 'O+A형' 백신 물량 부족 등으로 신속한 백신 접종이 어려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00년 이후 여덟 차례 구제역이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A형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10년 1월 포천·연천 소 농가에서 6건이 발생한 것이 유일했고 나머지 7차례는 모두 0형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9일 "A형 구제역 발생에 따라 국내에 물량이 부족한 'O+A형' 백신 접종은 A형 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시 보류하고 O형 백신부터 접종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A형 구제역이 발생한 연천과 역학지역은 시급성을 감안해 유전자 확인 이전에 'O+A형' 백신을 긴급 접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국내에 보유 중인 백신의 A형 구제역에 대한 방어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물량마저 부족하다는 점이다.
당국은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했던 구제역이 대부분 O형이었기 때문에 이 유형에 적합한 백신 위주로 물량을 비축해놓은 상태다.
따라서 만약 A형 구제역이 이번에 발생한 연천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한다면 그동안 다량 비축해놓은 O형 백신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당국은 애초 전체 접종 대상 소 283만 마리 중 193만 마리에 대해서는 O형 백신을, 나머지 90만 마리는 O+A형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었으나 90만 마리에 대해서는 접종을 일시 보류하기로 했다.
당국은 A형 구제역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O+A형 백신 물량 부족에 따라 이 백신을 영국에서 긴급 수입하기로 했으나 이 경우 수입 절차 등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신속한 백신 접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영국에서 백신을 새로 수입하려면 일주일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 때까지는 일단 물량이 충분히 확보된 O형 위주로 접종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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