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억대 투자사기 피해 농아인들 "범인을 공개하라"(종합)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범인도 우리와 같은 농아인 입니까?"
280억대 투자사기 조직인 '행복팀' 피해 농아인들을 상대로 9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경남 창원중부경찰서에서 열린 경찰 브리핑 및 간담회에서 나온 질문이다.
창원중부경찰서는 이날 사건 개요를 피해 농아인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브리핑을 했다.
브리핑실을 가득 메운 농아인 100여명은 김대규 수사과장의 브리핑을 4명의 수화 통역사를 통해 전달받았다.
참석 피해자 일부는 자리가 없어 브리핑실 바닥에 앉거나 밖에서 브리핑을 지켜봤다.
일부는 휴대폰 동영상으로 브리핑을 촬영했다. 수사과장이 발표할 때마다 농아인들은 수화로 대화를 나눴다.
농아인 500여명은 약 280억원의 투자 사기를 당했지만 농아인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전체 피해액은 얼마인지 등 피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일부 피해자는 범인의 신상과 얼굴 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경찰은 "피의자 권리도 중요해서 지금 공개할 수가 없다"며 "아마 법정에 서는 날 알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경찰이 범인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하자 한 농아인은 '최순실처럼 공개해라'며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또 브리핑실에 온 농아인들은 피해 투자금을 되돌려받을 방법에 대해 궁금증을 드러냈다.
일부 농아인은 경찰을 향해 "사기 피해자 중 몇 명이 충격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더라", "제일 높은 직책의 범인은 붙잡히지 않았다더라", "피해자 중 한 사람은 이자를 받았다던데…" 등 소문 확인을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은 "방금 나온 질문은 전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며 "'카더라'식 소문을 너무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
참석 농아인들은 경찰의 답변에도 궁금증이 여전해 "범인은 형량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 "농아인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 마스크 착용자는 누구냐"와 같은 질문을 이어갔다.
또 일부 참석자는 페이스북뿐 아니라 인스타그램이라는 SNS에서도 '행복팀' 관련 정보가 많을 것이라며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세상에 공짜가 없다"며 "돈은 일한 만큼 들어온다. 높은 이자를 준다는 등 달콤한 유혹이 오면 경계를 하라"고 말했다.
앞서 280억대 투자사기 조직인 '행복팀' 피해 농아인 60여명은 이날 오전 창원중부경찰서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투자사기 조직 '행복팀'은 해산하라"며 장애인의 삶을 파괴한 사기 집단 엄벌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를 비롯해 총 500여명의 농아인들은 2010년 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투자사기 조직 일명 '행복팀'에 집, 자동차 등을 담보로 하거나 신용카드 대출 등을 통해 투자금을 냈다.
'행복팀'은 고수익과 장애인 복지혜택 등을 보장한다고 속여 농아인 500여명으로부터 약 280억원을 받아 가로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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