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기줄다리기…"일제가 두려워했던 규모"
조선시대 삼척영장·삼척부사 자존심 걸고 총동원
일제강점기 민중 봉기 우려에 폐지령…1973년 부활
(삼척=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강원 삼척시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차단방역을 위해 삼척 정월대보름제를 대폭 축소해 개최한다.
그러나 기줄다리기만은 예정대로 개최한다.
삼척 정월대보름제 대표 행사다.
김태수 삼척문화예술센터소장은 "기줄다리기는 삼척 대표 민속놀이이자 과거에는 모든 주민이 참여했던 대동놀이"라고 말했다.
기줄다리기는 줄 싸움이다.
줄이 '바다게 다리' 모양으로 생겼다고 '기줄'이라고 부른다.
삼척지역에서는 바다 '게'를 '기'로 발음하기 때문이다.
약 350년 전 1662년 조선 시대 삼척부사 허목이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둑·저수지 축조용 가래질에 필요한 새끼줄을 만들고 인력 동원을 위해서였다.
편은 해안마을 부내와 산골마을 말곡으로 나눴다.
오십천을 기준으로 동남쪽은 부내, 서북쪽은 말곡이다.
격전지는 오십천변 사대광장이었다.
사대광장은 오십천 직강화 공사와 도심 개발로 사라졌다.
김 소장은 "조선시대 동해안 해상방위 책임자 삼척포진영 영장과 행정책임자인 삼척부사간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했기 때문에 양쪽 모두 총동원령이 내려질 정도로 치열했다"라고 설명했다.
부내가 이기면 풍어가 왔고, 말곡이 이기면 풍년이 들었다.
정월대보름이면 어김없이 열리던 삼척 기줄다리기는 일제강점기 폐지령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일제가 민중 봉기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규모가 컸다는 방증이다.
삼척 기줄다리기가 부활한 때는 1973년이다.
당시 삼척민속놀이위원회가 오십천변 사대광장에서 기줄다리기는 재현했다.
이어 1976년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됐다.
이때부터 '삼척 기줄다리기'가 공식 명칭이 됐다.
올해 삼척 기줄다리기는 11일 오전 11시 삼척 엑스포광장에서 열린다.
김 소장은 9일 "삼척 기줄다리기는 참여성, 집단성, 협동심, 애향심, 흥 등 우리 조상의 공동체 의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소중한 전통문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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