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영상검사 가이드라인, 방사선 노출 피해 줄일까
보건의료연구원·영상의학회 공동 개발…의료기관에 본격 배포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 서울에 사는 박정숙(가명·27)씨는 얼마 전부터 가슴에 멍울 같은 게 만져지기 시작했다.
평소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 온 터라 크게 걱정은 안 했으나, 인터넷에서 유방암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는 글을 보고 덜컥 겁이 나 인근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유방 초음파 검사에서 특별한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박씨는 불안한 마음에 의료진에게 추가 검사를 요청했다.
박씨를 진찰한 영상의학과 의료진들은 추가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환자의 거듭된 요청에 계속 거절할 수 없어 난감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위 가상의 사례는 의료기관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로 의사와 환자 간 소통 부재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장면이다.
초음파·자기공명촬영(MRI) 검사는 방사선이 나오지 않지만, 컴퓨터단층촬영(CT)과 엑스레이(X-ray) 촬영의 경우 무턱대고 많이 찍으면 심각한 방사선 노출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이런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대한영상의학회가 2015년 3월부터 2016년 2월까지 관련 연구를 수행해 '한국형 근거기반 임상 영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의료기관에 배포하고 있다.
9일 보건의료연구원과 영상의학회에 따르면 이 가이드라인은 의료진이 적절한 영상 진단검사와 시술을 시행할 수 있도록 과학적 연구결과를 종합·분석한 후 임상 질문과 답변(권고문) 형식으로 정리해 실용성을 높였다.
가이드라인은 특정 질환자와 의심 환자에게 꼭 필요한 의료 방사선 검사를 권고하기 위해 임상분과(신경두경부·갑상선·흉부·심장·유방·복부 등) 별로 총 25개의 핵심질문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의사)가 아닌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권고 강도를 4단계(시행 권고·조건부 시행 권고·권고하지 않음·권고의견 없음)로 나눠 의사와 환자 간 소통 부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이드라인 개발을 주도한 백정환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미국과 영국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했지만 한국형 가이드라인을 구축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양인과 동양인에 따른 신체적 구조상 차이를 보완해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일선 의료현장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백 교수의 주장이다.
백 교수는 "예를 들어 맹장염 진단을 할 때 지방이 많은 서양인에게는 CT 촬영이 더 정확하지만, 한국인에게는 초음파 촬영으로도 충분한 검사가 가능하다"며 "같은 진단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당연히 방사선 노출 피해가 없는 장비를 쓰는 게 환자에게 이롭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꾸준히 관련 데이터를 추가·보완하고 의료기관에서 어느 정도 활용하고 있는지 '적용성 평가'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가이드라인은 국내 임상 진료지침의 질적 수준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대한의학회로부터 '우수 진료지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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