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배 증액' 韓·호주 통화스와프…트럼프 리스크 선제차단(종합)
금융 변동성 대비 외환방파제 강화…인도네시아도 연장 원칙 합의
일본 재개논의 중단·'사드탓' 중국 연장 불투명 상황서 '희소식'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정부가 호주와의 통화스와프 연장 협상에서 스와프 규모를 두 배로 늘리기로 합의하며 자본 유출 등 위기 상황에 대비한 외환방파제를 강화했다.
일본과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가 중단된 데 이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연장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가운데 이번 합의로 트럼프 리스크에 고심하는 정부도 잠시나마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
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호주 중앙은행과 이달로 만기가 돌아온 원·호주 달러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통화스와프 규모는 77억 달러(9조원·100억 호주달러)로 기존의 두 배로 늘어났으며 만기는 2020년 2월 7일까지다.
호주 달러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량이 세계 5위 수준으로 국제통화로서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호주 통화스와프는 양국간 무역을 활성화해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금융 안정을 제고할 목적으로 체결됐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란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이번 합의는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극대화하는 상황에서 혹시 모를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전판을 강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의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금리도 예상보다 빠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자본 유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보호무역주의 정책 강화로 한국처럼 미국과 교역 비중이 높은 국가의 부정적 영향이 현실화하면 자본유출 우려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일본·중국 등의 환율 개입을 강하게 비난하며 달러 강세를 차단하려는 트럼프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최근 환율 변동성도 극과 극을 오가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통화스와프는 만일의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외환 방파제'로서 의미가 있다.
한국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역대 최고의 신용평가등급을 유지할 정도로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정부는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가급적 통화스와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국가는 호주 외에도 중국(560억 달러), 아랍에미리트(UAE·54억달러), 말레이시아(47억달러), 인도네시아(100억달러) 등 총 5개 국가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말레이시아 중앙은행과 원/링깃 통화스와프를 3년간 연장하는 계약을 맺었다.
연장된 계약의 통화스와프 규모는 5조원(150억링깃)으로 기존 계약과 같으며 연장계약의 유효기간은 2020년 1월 24일까지 3년이다.
지난해 10월 만기가 도래한 UAE와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는 인도네시아는 모두 만기 연장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실무 협의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 체제를 통해서도 384억 달러를 인출할 수 있는 다자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다.
문제는 오는 10월 만기가 도래하는 중국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3월 인민은행 총재와 원칙적으로 연장 합의를 한 상태지만 최근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통화스와프 협상이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송인창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지난달 17일 한중 통화스와프 협상과 관련 "정치적 상황이 있고 해서 불확실성을 없애는 방향으로 노력 중이다"면서 "무슨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 확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독도 문제로 중단된 한일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8월 양국이 논의 재개에 합의하면서 급물살을 탔지만 지난달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문제로 4개월 만에 다시 중단됐다.
정부는 일본의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 중단 발표에 유감을 표명하며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를 위해 "(우리가 먼저) 요청은 안 할 것"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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