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법대로"…한겨울 녹이는 석남사 비구니스님들의 동안거
올해 동안거 11일 해제
(울산=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딱! 딱! 딱! 선원의 기강을 감독하는 입승(立繩)이 죽비를 세 번 내리치자 사방이 고요에 잠겼다.
입선(入禪)을 알리는 죽비 소리에 맞춰 수행자들은 자세를 바로잡았다. 묵언 속에 좌선한 스님들의 얼굴은 담담하면서도 결연했다.
지난해 11월 동안거 결제와 함께 산문을 굳게 걸어 잠근 전국 사찰의 선원에서는 수행자들이 막바지 정진 중이다.
27명의 출가자가 정진 중인 울산 석남사(石南寺) 선방도 정진의 열기가 가득했다.
'영남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가지산(迦智山) 동쪽 기슭에 자리 잡은 석남사는 조계종이 지정한 비구니 종립특별선원이자 국내 최대 비구니 수행도량이다.
도의 선사가 824년 창건한 석남사는 한국전쟁 때 전소하는 불운을 겪었다. 이후 '비구니들의 대모'로 불리는 인홍 스님이 1957년 주지로 부임하며 중건에 힘써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인홍 스님은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에 빗대어 '가지산 호랑이'로 불릴 정도로 엄격한 수행자였다. 석남사는 '법(法)답게 살라'는 성철 스님과 인홍 스님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비구니 도량의 모범을 보이는 사찰로 유명하다.
7일 찾은 석남사에서 만난 주지 구과 스님은 "불교 정화 당시 인홍 스님이 석남사를 맡으면서 오늘의 석남사가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인홍 스님은 새벽예불과 발우공양에 불참하는 대중을 엄하게 경책(警責)했다. 새벽예불에 나오지 않는 스님에게는 엄동설한에 물 한 바가지를 끼얹었으며, 좌복(坐服·방석)에 앉아 조는 대중에게 죽비를 내리치는 엄한 스승이었다.
구과 스님은 석남사의 수행 풍토에 대해 "수행자들 사이에서도 석남사는 '여법(如法·법령이나 규범을 어기지 않음)을 떤다'고 놀림을 받을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마도 노스님의 지팡이가 매서웠던 덕분에 석남사 스님들은 흐트러짐이 없었다"며 "누가 봐도 '저 스님은 석남사 출신이구나'라고 알아볼 정도였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석남사에는 심검당과 정수선원, 금당선원 등 총 3곳의 선원이 있다.
이 가운데 금당선원에는 동안거 방부(房付·절에 머물며 한철 수행하기를 부탁하는 일)를 들인 수행자 17명이 정진하고 있다. 안거(安居)는 동절기와 하절기 3개월씩 전국 스님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참선 수행에 전념하는 것을 말한다.
또 심검당에는 일년결사(一年結社·1년간 산문을 나서지 않은 채 수행하는 일)에 나선 수행자 6명, 그리고 정수선원에는 본방(本房)의 스님 9명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 중이다.
'지혜의 칼을 찾는 집'이라는 뜻의 심검당(尋劍堂)은 인홍 스님에 의해 1965년 도량의 가장 높은 곳에 신축됐다. 이곳에서 두 차례 삼년결사가 이뤄졌다. 또 1975년 세워진 정수선원에서는 세 차례 삼년결사를 실시해 석남사는 수행처로 선풍을 날리게 됐다. 금당선원은 1995년 신축돼 수행자를 길러내고 있다.
수행자들의 일과는 엄격하다. 새벽 3시에 눈을 뜬 뒤 108배를 올리며 대참회문을 독송하는 것으로 아침을 연다. 이후 밤 9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11시간 이상 참선에 드는 것이 선방의 일과다.
구과 스님은 "석남사의 경우 모든 것을 선방 위주로 운영한다"며 "본방 운영에 필요한 일에 선방 스님을 일절 동원하지 않고 오로지 공부만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석남사의 가풍"이라고 전했다.
또 스님은 "본방 스님들 가운데 선덕(禪德)이라고 불리는 노스님들을 제외하고는 소임을 맡지 않는 스님이 없다. 소임과 화두를 동시에 챙기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긴다"고 덧붙였다.
선원장 법희 스님은 수행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을 청하자 다음과 같은 발원문으로 대답을 갈음했다.
"삼계고해(三界苦海)를 벗어나며 만겁애욕(萬劫愛欲)을 버리고서 모든 중생 함께 무상불도(無上佛道) 성취하리. 이 몸이 불신(佛身)에 이르기까지 굳게 계율을 지켜서 범하지 않겠사오니 원컨대 모든 부처께서 증명하소서 목숨을 버릴지언정 절대 물러나지 않으리다."
지난해 11월 14일 시작된 이번 동안거는 오는 11일 끝난다. 이번 동안거에는 조계종 총 96개 선원에 2천63명의 스님이 참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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