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자갈치시장 협찬금 받고 특정소주 불매 소문 사실로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 자갈치시장 상인회가 소주 회사로부터 거액의 협찬금을 받는 대신 경쟁업체 소주를 팔지 않았다는 의혹이 경찰 조사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그동안 주류업계와 대형 시장 사이에서 소문으로 파다했던 이런 물밑 거래가 수사를 통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7일 형법상 배임수증재 혐의로 부산 어패류처리조합장 김모(54)씨와 소주 회사 무학의 전무 홍모(54)씨, 과장 신모(3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면 거래의 시작은 지난해 8월께 김씨가 부산 자갈치시장 공사비를 마련하려고 무학에 협찬금을 요청하면서부터다.
경찰에 따르면 무학은 협찬금을 지원하는 대가로 김씨에게 상인들이 향후 2년간 경쟁업체 소주를 진열·판매하지 말도록 해 달라고 청탁했다.
김씨는 상인 26명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각서를 쓰게 한 뒤 무학 측에 건네줬다.
대신 김씨는 무학으로부터 시장 2층 공사비 2천만원을 받기로 했다.
실제 자갈치시장 측은 각서를 쓴 뒤 경쟁업체 소주 2종류를 반납하고 주문도 끊었다.
경쟁 소주 업체가 이 사실을 알고 거액의 협찬금을 제시하자 김씨는 무학에 협찬금을 올려 달라고 요구해 콜레라 유행으로 어려움을 겪은 상인에게 지원할 5천만원을 포함해 총 1억원을 받기로 재계약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와 무학 측은 자갈치시장에 3년간 LED 배너 광고 계약을 맺은 것처럼 위장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자기 돈 8천만원을 법인 계좌에 넣어 공사비를 내고 상인에게 지원금을 줬는데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무학으로부터의 돈 추가 지급이 중단된 상태다.
경찰은 상인이 쓴 각서를 확보하고 소주 주문내역과 실제 사입량을 분석, 이들의 혐의를 입증해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무학 측은 "상인회 측과 광고 선전비 명목으로 1억원의 계약을 했을 뿐, 각서는 상인들이 고마움의 표시로 알아서 작성한 것"이라며 "남은 8천만원은 예정대로 시장 측에 줄 것"이라고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형법 개정으로 부정한 청탁으로 받은 돈을 본인이 아닌 제삼자가 받더라도 처벌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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