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폴리스 화재, 4단계 걸친 '갑·을' 구조가 참극 불러
'AM-PM-FM-용역' 왜곡된 구조에 안전의식보단 갑 눈치보기에 '급급'
(화성=연합뉴스) 최해민 강영훈 기자 = 4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 동탄 메타폴리스 부속상가 화재는 건물 안전관리를 4단계에 걸친 하청방식으로 운영해 온 왜곡된 구조가 낳은 참극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메타폴리스 관리업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메타폴리스 상가 시설·안전 관리는 모두 4단계에 걸친 계약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먼저 최상위 '갑'이라고 볼 수 있는 자산관리자(AM·asset management)가 건물 전체 운영을 M사(PM·property management)에 위탁했고, M사는또 시설관리를 모 그룹 계열사인 A사(FM·facility management)에 맡겼다.
A사는 다시 시설(전기, 기계, 건축, 방재), 청소, 주차, 보안 등을 각기 소규모 용역업체들에 재하청 했다.
시설 안전분야는 대부분 월 급여 200만원 안팎을 받는 계약직 직원들이 맡아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4단계에 걸친 갑과 을들이 계약관계로 시설·안전 관리를 하다 보니 을의 입장에선 안전수칙 준수보단, '갑'의 입맛에 맞는 운영을 할수밖에 없다는 것이 내부 직원들의 말이다.
관리업체 한 관계자 "이번 화재도 사실 PM인 M사가 옛 뽀로로파크에 들어올 업체의 입주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주간에도 철거공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등 작업 일정을 서둘러 하다가 벌어진 일이라는 얘기가 많다"며 "시설관리는 FM인 A사가 맡고 있지만, 사실 PM이 '갑'이기 때문에 시키면따라야 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A사는 PM이 발주해 진행된 옛 뽀로로파크 철거작업 과정에서 "용접(산소절단)작업 시 전날 시설 관리자에게 사전 신고 할 것, 낮에는화재 우려있으니 야간에 작업할 것"이라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PM은 방문객들이 많은 낮에 공사를 강행했다.
지난 1일 A사가 관리하는 보안요원이 순찰 중 산소절단 작업을 발견하고 PM에 작업 중지를 공식 요청했지만 PM은 이를 무시했고, A사는 더 이상 이를 막지 못했다.
불이 난 당일인 4일 오전에도 보안요원이 작업 사실을 발견하고 PM에 작업 중지를 요청하던 중 불이 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복잡한 계약구조이다 보니, '갑' 눈치 보기에 급급해 산소절단 작업 사실을 알고도 강제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스프링클러와 경보기,배기팬 등 입장객의 생명을 담보할 소방시설을 정지시켜 놓은 것이다.
더구나 A사가 관리하는 방재담당 직원은 불이 난 상가 B동에 상주하지 않아 경보기를 다시 켜는 데만 최소 7분이나 소요됐다.
그 바람에 초기 대처의 '골든타임'을 놓쳐 불과 80평(264㎡) 규모의 점포 한 곳에 난 화재로 4명이 사망했고, 47명이 부상했다.
과거 메타폴리스 관리업체에 몸담은 적 있는 한 관계자는 "을의 입장에서는 갑의 지시를 받아 일하는 처지이다 보니 부당한 지시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제 아무리 바른 말이라도 해도, 항변하려면 자신의 직을 걸고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추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을 묻기 위해 메타폴리스 관리업체의 계약관계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안전관리에 부주의한 점이 드러나면 관련자를 형사입건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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