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원화값 올 상승폭 亞 1위지만…"韓·대만 트럼프에 가장 취약"
노무라 "원화가치 올 연말 달러당 1,290원까지 약세 전환"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올해 들어 아시아에서 한국의 원화가치와 대만의 달러가치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이런 현상은 지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경고했다.
한국과 대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보호주의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6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한국 원화가치는 올들어 달러화 대비 6.0% 상승해, 같은 기간 4.6% 오른 대만 달러가치와 함께 아시아에서 통화가치 상승폭 1·2위에 올랐다.
하지만 두 국가의 통화가치 강세는 지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IB들은 경고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과 소시에테 제네랄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레이더들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이 직면한 위험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만의 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의존도는 60%, 한국은 50%가량으로 특히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라지브 드 멜로 슈로더자산운용 채권운용역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대만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면서 "아직은 두 나라 통화에 대해 매수우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지만 조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한국과 대만은 또 중국 제조업체들의 최대부품공급책으로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발발한다면 부수적 피해를 볼 수 있다.
중국과 함께 한국과 대만은 미국 재무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 전 단계인 환율관찰대상국에 올라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4월 지정요건을 고쳐 중국과 한국, 대만 등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통해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고, 경상수지 흑자가 해당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이면서,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한 방향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반복적으로 단행하는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대만의 작년 경상수지 흑자는 GDP대비 14%를 넘어서고, 한국은 GDP대비 7%가량이다.
이날 한국 원/달러 환율은 1,137.9원으로 마감해 전거래일보다 9.7원 떨어지면서 트럼프 당선 직전인 작년 11월 8일 이후 석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가치는 상승한다. 대만 달러는 오후 4시 현재 달러당 30.9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곧 뒤바뀔 것이라는 게 IB들의 전망이다.
마사카츠 후카야 미즈호은행 트레이더는 "올해 연말 원화가치는 달러당 1,250원까지, 대만달러가치는 달러당 33대만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거나 재협상에 나서거나, 국경세를 부과할 경우 원화가치는 연말에 달러당 1,29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현 수준 대비 12% 낮은 수준이다.
권영선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한국 원화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며, 한국이 중국과 함께 환율조작국으로 지명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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