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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다" 꺼놓은 화재경보기 수두룩…안전불감증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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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다" 꺼놓은 화재경보기 수두룩…안전불감증 '만연'

'오작동' 민원 우려 꺼놨다 인명사고…"참혹한 결과 초래"

소방 전문가 "오작동에 화내기보다 안전의식 확립이 우선"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4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 동탄 메타폴리스 부속상가 화재 당시 건물 화재경보기가 꺼져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이번에도 대형 인명피해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고에서뿐만 아니라 일부 아파트나 대형 건물들에서 공사 중 분진 등으로 인한 경보기 오작동이나 경보음이 잘못 울렸을 때의 민원을 우려해 아예 경보장치를 꺼놨다가 참사로 이어지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11시께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부속상가 3층 뽀로로 파크가 있던 점포에서 불이나 한 시간 만에 진화됐으나, 철거업체 소장 이모(63)씨 등 4명이 숨지고 47명이 부상했다.

화재 당시 화재경보기는 꺼져있었고 스프링클러 역시 밸브가 잠겨져 있던 것으로 확인돼 희생자 일부는 불이 난 사실을 뒤늦게 아는 바람에 제때 피하지 못한 채 변을 당한 것 아니냐는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경찰은 "이달 1일 오전 10시께 수신기 제어를 통해 경보기, 유도등, 스프링클러 등을 작동정지 시켜놨고, 화재 직후인 4일 오전 11시 5분께 다시 켰다"는 상가 관리업체 관계자 진술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오작동을 우려해 화재경보기를 아예 꺼놨다가 인명 사고로 이어진 사례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작년 7월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박사랑 판사는 밤 근무 중 울리던 화재경보기를 꺼놓고 불이 난 세대 내부를 들여다보지 않아 홀로 사는 노인을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아파트 경비원 A(61)씨에게 금고 10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15년 12월 1일 B(80·여)씨 집에서 불이나 화재경보기가 작동했는데도 오작동이라 속단, 벨을 끄고 화재경보 기능을 정지시킨 채 불이 난 B씨 집을 확인하지 않아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평소 오작동으로 벨이 울릴 때 소음 민원이 많은 점을 우려해 경보기를 껐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범행은 우리 사회의 여전한 안전불감증을 보여주고 있다"며 "화재 발생 시 기본적으로 준수하여야 할 원칙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결과는 참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비록 피고인이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기 어려웠던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를 발생하게 하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2014년 9월 광주 서구 한 아파트 12층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났을 때도 화재경보기가 울리자 관리사무소 직원이 오작동으로 착각하고 이를 곧바로 꺼버렸다.

뒤늦게 불길이 솟아오르는 것을 확인한 직원은 화재경보기를 켰지만 이내 다시 꺼버리고 직접 불이 난 아파트에 올라가 주민을 대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직원 역시 자정이 가까운 시간 주민 민원을 우려해 화재경보기를 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화재로 불을 낸 A(48)씨와 아내(41)가 온몸에 중화상을 입었고, A씨의 자녀(12) 및 이웃 주민 9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10명이 다쳤다.

공사 등 작업 중 오작동이나 불편을 이유로 소방시설을 차단해두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14년 5월 경기 고양 터미널 지하 1층에서 가스 배관 용접작업을 하던 중 새어 나온 가스에 불꽃이 튀면서 대형 화재로 번져 9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다친 사고 당시에도 화재 감지 장치가 수동으로 전환돼 경보와 대피방송이 늦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스프링클러에도 물이 빠져 있었고 지하 1층 전원이 모두 차단돼 소방설비가 작동할 수 없었다.

검찰 조사결과 당시 공사업체 측은 '작업자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스프링클러 배관의 물을 빼내고 소방시설을 차단한 상태에서 공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화재 시 초기 진화와 대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경보기 오작동에 대해 불평하기보다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 재난안전과 관계자는 "공사 중 분진이 날려 경보기가 오작동할 우려가 있거나 주민 민원을 걱정해 경보기를 꺼놓기도 하는데, 자칫하다간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어 화재 시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보기가 오작동 됐을 땐 건물 관리자 측은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으로 이해를 도와야 하며, 주민들 역시 화를 내기보다 '기계가 불량품인 것은 아닌지', '노후화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 관심을 두는 등 안전의식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young8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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