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명품쇼핑족의 귀환…해외 대신 중국서 럭셔리쇼핑
"해외구매 과세 강화되고 중국내 판매가격 내린 영향"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과 유럽 현지의 명품 스토어에 몰려들어 닥치는 대로 핸드백과 시계 등을 사들였던 중국인들이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서 구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6일 보도했다.
리슈몽(리치몬트), 버버리, 모에헤네시 루이뷔통(LVMH) 그룹과 같은 세계적 명품 기업들의 중국 현지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소비 패턴이 변화한 것은 정부가 해외 구매에 대한 과세를 늘린 데다 일부 브랜드가 중국 현지 판매 가격을 낮춘 데서 비롯된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위안화 가치의 하락, 유럽의 연쇄 테러로 중국인들의 해외 여행을 줄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과 지난해 연초에는 화장품과 신발, 의류에 대한 수입 관세를 낮추었다가 지난해 4월부터 해외에서 직접 구입한 제품은 물론 온라인 구매 상품에 대한 세금을 인상했다. 본국 소비를 늘리고 이를 통해 세수를 늘릴 목적에서다.
최근 베이징의 고급 쇼핑몰에서 이브 생 로랑 핸드백을 한 20대 여성은 해외에서 산 금액과 비슷한 1천600달러에 구입할 수 있었다고 밝히면서 가격차가 좁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증이나 수리와 같은 고객서비스를 감안하면 중국내 명품 스토어에서 구입하는 장점이 더욱 뚜렷해진다고 덧붙였다.
컨설팅 업체인 베인 앤드 컴퍼니의 한 관계자는 불변 환율 기준으로 중국 본토의 매출이 지난해 4% 증가했고 올해는 이보다 더 높은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카르티에·피아제·IWC·몽블랑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리슈몽은 지난해 3분기에 중국 본토와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매출을 약 10%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런 매출 증가율은 종전보다 2배 높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리슈몽의 아태 지역 매출과 이익은 모두 감소세를 보인 바 있다. 리슈몽은 중국에서의 판매 호전에 2015년 도입한 해외와의 가격차 축소 정책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샤넬도 선도적으로 가격차를 줄인 브랜드다. 샤넬의 웹사이트에 올라있는 양가죽 핸드백은 전세계에서 동일한 4천700달러의 가격표가 매겨져 있다.
샤넬은 가격차 축소 정책이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판매 범위를 확대하며 회색시장 거래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하고 있다. 회색시장 거래는 특정 국가에서 낮은 가격에 제품을 사들여 제조업체의 허가 없이 다른 국가에서 파는 행위를 말한다.
물론 중국 본토와 해외의 가격차는 엄연히 상존한다. 컨설팅 업체인 L2가 지난해 중반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루이 뷔통의 중국 판매가는 국외 가격보다 25%가 높다.
리슈몽 산하 브랜드인 클로에는 스웨드 캐프스킨 백을 중국에서 1만4천위안(약 2천35달러)에 팔고 있다. 이는 최근 환율 기준으로는 영국보다는 30% 가량, 일본보다는 9%, 미국보다는 5%가 높은 가격이다.
버버리 그룹도 지난해 11월부터 홍콩과 중국 본토의 가격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두 지역과 해외의 가격차를 15% 범위내로 좁히겠다는 것이 이 회사의 방침이다.
L2의 아태 담당 리서치 부장인 다니엘 베일리는 "명품 브랜드들이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얻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격의 균형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지난 몇년간 중국 진출에 과도하게 투자했지만 수요가 부진해지면서 일부 점포를 폐쇄하거나 신규 점포 개설을 취소한 바 있다.
엑산 BNP 파리바의 명품 담당 부장인 루카 솔카는 그러나 중국인들의 국내 명품 구입이 계속 늘어난다면 이들이 중국 본토 재투자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LVMH 그룹의 장 자크 기오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런 추세가 단명에 그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탈리아의 명품 구두 업체인 산토니의 아시아 책임자인 안드레아 카사베키아는 중국인들의 가처분 소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두가 해외 여행에 나설 수 있는 사정은 아닌 만큼 중국 국내의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도전적인 시장이지만 미래이기도 하다"고 평가하면서 오는 2020년이면 산토니에는 중국이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sm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