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화되는 탄핵심판·특검수사…찬반세력 갈등 심화 우려
전문가들 "세대 갈등·정치 견해 차이 탓…자제노력 필요"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이효석 기자 = 탄핵심판과 특검수사가 가속화되면서 탄핵 찬반 세력이 대립하는 광장에서도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중이 참여하는 집회·시위의 익명성을 이용해 폭력성을 노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어 사회적 갈등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탄핵심판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그 반대 세력이 이에 격렬하게 반발할 개연성도 있어 상대방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절실하다는 제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주 14차까지 기록한 촛불집회는 초창기 일부의 우려와 달리 평화적인 기조로 진행됐다. 여기에 뒤늦게 보수단체 중심으로 시작된 탄핵반대 세력의 결집력도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록 돌발성 행동으로 보이지만 분신과 투신 등 일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나왔고, 탄핵찬반 집회 참가자들 간 시비도 일부 빚어졌다.
4일 탄핵 반대단체 집회 참가자 일부가 덕수궁 대한문에서 숭례문 방향으로 행진하다 차량 운전자 최모(53)씨와 시비가 붙었다. 이 과정에서 차량 뒷 유리창을 누군가 파손했고, 최씨도 차량을 앞뒤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참가자 일부와 경찰관을 쳐 입건됐다.
지난달 21일과 24일에는 대한문 앞과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탄핵 반대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의경을 폭행해 입건됐다.
지난달 초에는 친박단체의 차량을 부순 대학생이 체포됐다. 이 대학생은 연말 보신각 인근 집회에 참석했다가 차량을 부수고 도주했으나 결국 경찰에 잡혔다.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만취해 다른 촛불집회 참가자를 폭행한 홍모(59)씨가 체포되기도 했다.
지난달 초 촛불집회 이후 정원스님이 '박근혜 체포'를 주장하며 분신했고, 지난달 말에는 박사모 회원으로 알려진 조모(61)씨가 탄핵에 반대하며 자기 아파트에서 태극기를 들고 투신했다.
다행히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매 주말 거의 비슷한 시각에 가까운 장소에서 열리고 있지만 두 행사 참가자들간에 정면충돌이나 갈등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과 태극기 집회가 열리는 대한문 앞은 직선거리로 약 5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다만 특검의 최종 수사결과가 나오거나 헌재의 탄핵심판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날 경우 양측간 갈등이 현재와 같은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속단할 수 없다는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탄핵문제와 관련된 갈등이 물리적 충돌 등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서로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광장의 혼란이 세대 갈등과 정치적 견해 차이가 뒤얽혀 있어 해결이 힘들고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려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세를 얻고 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선이 다가오면 시민들 사이에도 갈등이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촛불이 요구했던 정치체제·구조 개혁이 논의조차 거의 이뤄지지 않은 데다 갈등을 조정할 제도가 여전히 부재한 상태여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헌재에서 다수가 기대하는 대로 결정하면 전체 흐름은 안정적인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운동에 참여한 집단이 맞대응하게 되면 이성보다 감성이 앞설 수밖에 없다"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집단이 나쁘게 보이겠지만 민주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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