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넘은 로힝야 난민 또 쫓겨나나…방글라, '섬 격리' 잰걸음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군의 학살을 피해 국경을 넘어온 30만 명의 로힝야족 난민을 '사람이 살 수 없는' 섬에 격리하려는 방글라데시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6일 AFP 통신 보도에 따르면 A.H. 마흐무드 알리 방글라데시 외무장관은 전날 자국에 주재하는 60여 개국 외교관과 유엔 관계자 등을 불러 로힝야족 난민 격리 계획을 설명하고 지지와 지원을 요청했다.
방글라데시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알리 장관이 유엔과 국제 파트너들에게 로힝야족 섬 격리 계획에 대한 지지와 함께 섬 개발 및 미얀마 국적자(로힝야족) 수송 지원 등 지원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알리 장관은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환경이 열악한 섬에 난민을 가둔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학교와 도로 등 인프라를 구축한 후에야 비로소 로힝야 난민을 이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힝야 난민 이주 예정지인 벵골만의 섬 텐가르 차르는 인근 해상에 파도가 높아 겨울철에만 제한적으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적들의 도피처로 삼는 곳이다.
그뿐만 아니라 섬 대부분이 매그나강의 퇴적물이 쌓인 펄로 몬순 강우가 시작되면 홍수도 빈발한다.
당장 쫓겨날 위기에 놓인 로힝야족은 물론 현지 관리들조차 이 섬에 사람이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유엔 난민 기구들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난민을 이런 열악한 환경의 섬으로 내몬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방글라데시가 외교단에 협조를 구한 것은, 국제사회를 통해 난민 문제를 외면하는 미얀마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알리 장관은 "방글라데시는 난민들이 미얀마의 집으로 송환될 수 있도록 의미있는 조처를 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의 난민촌에는 23만 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수용돼 있었으며, 지난해 10월 미얀마군의 무장세력 소탕 작전이 시작된 이후 넉 달 만에 6만9천여 명의 난민이 추가로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들어온 것으로 유엔은 집계하고 있다.
한편,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난민촌의 로힝야족 200여 명이 증언한 미얀마군의 학살과 성폭행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지난 3일 발표했다.
OHCHR 보고서는 "미얀마군이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상대로 다중(多衆) 살인과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다"며 "이는 '반인도적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매우 근접한 수준이며 '인종청소'(ethnic cleansing) 가능성도 있다"고 비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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