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룽 새 영화 '쿵푸요가' 中정부시책 야합 논란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홍콩 배우 청룽(成龍·잭키 찬)의 신작 영화 '쿵푸 요가'가 중국 정부의 시책을 선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비판으로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영화에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이 언급된 것이 중국 공산당의 시책에 야합한 '공공연한 정치선전'이라는 것이다.
4일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청룽이 인도와 함께 4억 위안을 투입해 촬영한 액션 어드벤처 영화 '쿵푸 요가'는 지난달 27일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시작에 맞춰 중국 전역에서 개봉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영화는 중국에서 개봉 8일 만인 3일 박스오피스 10억 위안을 넘어서며 순항 중이다. 춘제 개봉 영화 가운데 만족도 83.1점으로 최고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홍콩 감독 스탠리 통(唐季禮)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에서 청룽은 중국의 고고학자이자 무술가로 등장, 대학에서 요가를 가르치는 인도인 동료 교수와 1천 년 전 지도를 따라 고대 인도의 잊혀진 보물을 찾는 모험을 벌인다.
이 영화는 2015년 5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중국과 인도가 합작 투자로 촬영하기로 한 3부작 중 하나다. 하지만 인도측 투자기업의 일원으로 참가키로 한 '비아콤 18'이 이후 투자를 철회했다. 비아콤 18이 중국이 영화 제작 주도권을 갖는데 불만을 품었다는 후문이 전해졌다.
인도 영문지 '힌두스탄 타임스'는 "영화 곳곳에 중국 정부당국의 선전 내용이 담겨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영화에서 인도 교수가 도움을 청하면서 일대일로를 언급하자 청룽이 "일대일로에 호응해 중국과 인도 문화교류를 촉진하자"고 답한 대목을 예로 들었다.
신문은 미국 영화평론가를 인용, "만약 인도측 투자기업이 철수하지 않았다면 영화에 이처럼 공공연히 중국의 정치적 구호를 선양하는 내용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청룽 자신도 지난 2013년부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위원을 맡으며 적극적으로 중국 공산당을 옹호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합작 영화에서 수차례 일대일로가 언급됐지만 실제로는 인도측은 이 구상에 반감을 품고 적극적이지 않은 입장이다.
이는 일대일로 구상의 대표 사업중 하나로 신장자치구 카스(喀什)에서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 항까지 3천㎞에 도로와 철도, 에너지망 등을 구축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프로젝트가 인도와 파키스탄간 영유권 분쟁 지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특히 잠재적 경쟁국인 중국이 자국이 적대하고 있는 파키스탄과 일대일로를 통해 관계를 강화하는 것에 불안해하고 있다.
인도의 비판적 입장과 달리 중국 네티즌들은 이번 영화에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는 "청룽은 중국에서 가장 환영을 받는 배우"라는 평가와 함께 "일부 비판적 인사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지만 대다수 중국 관중들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자에 더 큰 인상을 받았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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