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지어야 하나"…삼성 美공장 검토에 현대차 '고민'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에 못 이긴 삼성전자[005930]가 미국에 가전제품 생산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현대·기아차그룹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005380]는 지난달 17일 5년간 31억달러(약 3조5천6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일단 트럼프의 '예봉'은 피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미래 신기술 연구개발(R&D)과 기존 생산시설 환경개선 투자만 포함돼 있을 뿐, 신규 공장 건립은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당시 외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올해부터 2021년까지 향후 5년간 미국에 3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투자 금액은 현대차가 지난 5년간 미국 시장에 투입한 규모보다 10억 달러가량 많은 액수다.
정 사장은 미국에 신규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요가 있다면 공장을 짓는 것을 검토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원론적 수준의 답변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현대·기아차그룹이 선뜻 미국에 신규 공장을 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차[000270]는 이미 미국에 각각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을 운영 중이다.
2005년 완공된 앨라배마 공장은 쏘나타, 아반떼, 싼타페 등 3종을 생산하며 연간 37만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10년 준공한 조지아 공장은 K5, 쏘렌토 2종으로 연간 34만대를 생산한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미국에 연간 14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70여만대는 이처럼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수출하는 구조다.
만약 현대차가 미국 신규 공장을 건설하게 되면 국내에서 현지로 가는 수출 물량이 줄어들고 이는 곧 국내 생산 설비 감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수요가 늘어나는 곳이 아니라는 점도 고민거리다.
여기에 기아차도 멕시코 신규 공장과 관련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올해부터 멕시코 신규 공장을 본격 가동할 방침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재협상 계획과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고율의 국경세 부과 방침 등이 난관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미국 이외에도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다른 나라로 수출을 확대해 멕시코 공장 관련 '트럼프 리스크'를 줄여나갈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과 관련해 현대·기아차그룹은 일단 지난달 발표한 투자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집행 방안을 마련하면서 향후 대응 방안도 조심스럽게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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