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근무 서울 7호선 기관사 뇌출혈로 숨져
유품 가방엔 컵라면과 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설 연휴 서울 지하철 7호선 기관사가 사무실에서 잠을 청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숨졌다. 고인 가방에서는 컵라면과 귤 등이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2일 서울도시철도공사 등에 따르면 7호선 기관사 A(47)씨는 설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2시께 어린이대공원역 승무사업소 노조 사무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A씨는 설 연휴 첫날인 27일 오전 10시 9분부터 오후 7시까지 주간근무를 했다. 이후 28일 오후 8시 9분부터 29일 오전 6시까지 야간 근무를 할 예정이었다.
도철은 "집이 대전이어서 집에 다녀오는 대신 노조 사무실에서 취침과 휴식을 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달 1일 세상을 떠났다. 유품인 검은색 가방에서는 컵라면, 귤, 생수, 치약 등이 발견됐다.
노조 관계자는 "아침 일찍 열차 운행이 시작되기 때문에 새벽에 배가 고플 때가 많다"며 "허기지면 집중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직원들이 먹을 것을 챙겨 다닌다"고 말했다.
도철에서는 2003년 이후 기관사 9명이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홀로 열차에 탑승하는 '1인 승무'가 기관사와 승객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2인 승무를 하고 있다.
이에 도철은 서울시와 노조 등으로 이뤄진 특별 위원회를 꾸렸고, 기관사 전직 제도 등도 마련했다.
도철은 "최근 국내외 지하철 운영기관은 1인 승무 또는 완전자동운전시스템을 도입, 운영하는 추세"라며 "완전자동운전시스템이 없는 코레일과 서울메트로 구간만 2인 승무를 하고 있다. 5∼8호선은 건설 당시부터 1인 승무 시스템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관사 근무환경 개선 작업을 순차적으로 추진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는 "서울메트로도 신형 전동차는 ATO(자동열차운전장치) 시스템인데도 2인 승무를 한다"며 "서울 지하철은 1인 승무가 가능은 하더라도 이용객이 워낙 많은 점을 감안하면 기관사와 시민 안전을 충분히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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