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강하늘의 열연이 빚어낸 감동 실화 '재심'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다룬 영화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실화가 주는 감동은 강했고, 배우들의 열연은 빛났다.
'재심'은 2000년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재구성한 영화다. 사건의 핵심 내용은 팩트에 근거해 다뤘지만, 허구의 인물 등을 추가해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를 높였다.
2000년 8월 10일 새벽 2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12차례나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다.
범인을 처음 목격한 15살 소년은 경찰의 강압수사에 의해 진범으로 몰리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다. 10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그는 변호사의 도움을 얻어 재심을 청구한다.
영화는 누명을 쓴 현우(강하늘)와 변호사 준영(정우)이 처음 만나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과 세상에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는 자칫 반전의 묘미가 작을 수 있다. 관객이 이미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재심'은 결말을 알면서도 스토리에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숨가쁘게 전개되는 데다, 주인공들의 심리와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연을 맡은 정우와 강하늘의 탄탄한 연기가 영화에 숨을 불어넣었다. 정우는 처음에는 돈과 성공만을 좇던 인물이었지만, 현우를 만난 뒤 정의와 법의 참모습에 눈을 떠가는 변호사를 열연했다.
강하늘의 연기도 뒤지지 않는다. 사람들의 냉대 속에 자포자기하며 살아가지만, 분노와 좌절을 딛고 살인자라는 주홍글씨를 지우기 위해 세상에 나서는 현우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현우의 어머니 순임으로 출연한 김해숙의 연기는 두말할 것도 없다. 김해숙은 "수많은 엄마 캐릭터를 맡아왔지만, 순임의 깊은 아픔을 표현하기가 유난히 힘들었다"고 한다.
김태윤 감독은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2014)에 이어 이번에도 실화를 영화 소재로 골랐다.
김 감독은 2일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또 하나의 약속' 이후 실화 영화는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사연이 너무 기가 막혀 힘들지만, 용기를 내게 됐다"면서 "'재심'은 사회고발 영화가 아니라 휴머니즘 영화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사연을 접하고 시나리오를 쓴 것은 2013년 6월이다.
실제 사연의 주인공인 최모씨는 2013년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년 뒤인 2015년에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이후 사건 발생 16년 만인 지난해 11월 최씨는 무죄 선고를 받아 살인 누명을 벗었다.
즉, '재심' 촬영 당시 이 사건의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김 감독은 최씨가 무죄일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다. 2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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