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트럼프 정권 출범하자마자 '강대강' 대치
반이민 행정명령에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악재 이어져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새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적성국' 미국과 이란의 대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예견됐던 일이지만 그 시기가 상당히 이르다는 평가다.
2년여에 걸친 핵협상 타결과 대체로 순조로운 합의안 이행으로 오랜만에 훈풍이 부는 듯했던 양국 관계가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순식간에 냉각되고 있다.
양국의 공방이 본격화한 직접적인 시발점은 트럼프 정부 출범 뒤 일주일만에 전격적으로 단행된 반(反)이민 행정명령이었다.
이 행정명령으로 최소 90일간 미국 입국이 금지된 테러 위험국을 살펴보면 이란을 겨냥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
이란은 물론 이른바 '시아파 벨트'인 이라크, 시리아가 포함됐다.
여기에 이란에 적대적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골치거리가 된 예멘 역시 이란과 우호적인 시아파 반군 후티가 정부군과 내전을 벌이고 있다.
살만 사우디 국왕이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예멘에 대한 이란 개입을 특정했을 만큼 2년간 이어진 예멘 내전은 사우디로선 미국에 대한 시급한'민원거리'가 됐다.
사우디는 예멘 시아파 반군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확신한다.
버락 오바마 전 정부는 예멘 사태에 사실상 함구했다. 무인기(드론)으로 미 국무부가 테러단체로 지정한 예멘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만을 공격했을 뿐이다.
이에 반해 마이클 플린 신임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 "이란의 예멘 반군 지원이 중동에서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이란의 예멘 개입을 부각했다.
이란은 예멘 반군과 우호적이긴 하지만 군사지원 사실은 부인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강공에 탄도미사일 발사로 대응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핵무기 개발과 연관된다는 점에서 항상 논란거리였다.
비단 이번 뿐 아니라 2015년 7월 핵협상이 타결된 뒤에도 수차례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그렇지만 오바마 정부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라는 '우려' 수준에 그치면서, 핵합의안 위반은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트럼프 정부는 즉각 공식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내 이전 정부와 선을 그었다.
플린 보좌관은 "직전 오바마 행정부는 무기 이전과 테러 지원, 다른 국제규범 위반 등 이란의 이런 사악한 행동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실효적인 강경책을 예고했다.
미국은 이번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고리로 이란에 대한 제재 부과의 명분을 쌓고 전통적 우방인 걸프 지역 수니파 국가, 이스라엘을 통한 군사적 압박을 동원할 수 있는 관측이 나온다.
또 오바마 정부의 업적인 이란 핵협상안을 수정 또는 파기하는 단계를 밟아 나가면서 이란과 대치를 이어갈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이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탄도미사일 개발은 공격용 핵무기용이 아니라 외국이 간섭할 수 없는 자주국방 목적이라며 계속 추진하겠다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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