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도쿄도 지사, 자민당 총재 노리나
자민당과 대립속 연립여당·제1야당은 '구애', 착용 스카프 하루 만에 매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잇단 개혁 정책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인기를 위협하고 있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東京都) 지사가 장차 자민당 총재, 곧 일본 총리 자리를 노린다는 관측이 일본 언론에 의해 제기됐다.
고이케 지사는 취임 6개월(2월 2일)을 앞두고 한 아사히(朝日)신문 회견에서 장차 자민당 총재를 목표로 삼을 것이냐는 질문에 "무슨 말씀. 총재가 되기 위해서는 의원 20명의 추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총리가 엄청나게 힘든 자리라는 걸 절감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는 것으로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7월에 실시될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신이 개설한 정치학교 출신 등을 내세워 지지세력이 과반을 차지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자민당이 최대 정파다.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정당 "도민우선모임"이 활동을 시작했는데도 자민당에 탈당계를 내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자민당에) 진퇴품의를 내놓았다"면서 "(진퇴품의) 처리향방을 객관적으로 흥미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판단을 상대에게 미루는 건 고이케 지사답지 않다"는 지적에도 "이건 정치역학"이라며 빠져나갔다.
자민당 총재를 노릴 생각이냐는 거듭된 질문에 "지난번 도의회에서 그동안 생각할 수 없었던 대접을 받았지만, 총리라는 자리는 세계 모든 지도자 중에서도 가장 가혹한 업무라고 생각한다"며 끝내 속내를 밝히지 않았다. 고이케 지사는 작년 12월 정례 도의회 회기 중 자민당 의원들이 사전에 질문내용을 알려주지 않아 답변에 애를 먹었다.
고이케 지사는 도의회 다수당인 자민당과는 대립 관계지만, 연립여당인 공명당, 제1야당인 민진당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 각종 여론조사의 지지율 순위에서 아베 총리 다음으로 2위권에 올라 있다.
도쿄도 의회의 히가시무라 구니히로(東村邦浩) 공명당 간사장은 지난해 12월 정례 도의회에서 법안 처리 및 도의회 운영과 관련, "자민당과 연립해 왔지만, 신의가 완전히 무너졌다"며 고이케 지사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연립여당의 공조에 균열이 생긴 것.
제1야당인 민진당도 고이케 지사 지지를 공식화했다. 민진당 도쿄도 지부장인 마쓰바라 진(松原仁) 중의원 의원은 1일 기자회견에서 "고이케 지사가 취임 6개월간 해온 일에 크게 공감한다"면서 민진당 도쿄도 지부 차원에서 고이케 지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민진당은 작년 여름에 실시된 도쿄도 지사 선거에서 대항마를 출마시켜 고이케 지사와 대결했었다. 앞서 도의회 내 정파인 '도의회 민진'도 "고이케 지사를 일관되게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도의회 각 정파가 다투어 고이케 지사를 지지하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그의 높은 인기 때문이다. 그의 높은 인기는 각 언론사가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물론 최근 그가 목에 스카프로 두른 도쿄 올림픽문양이 들어간 보자기가 매진된 데서도 확인된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고이케 지사가 도쿄올림픽 문양을 전통공예로 염색한 보자기를 스카프로 착용하고 발표장에 나타난 후 준비했던 수백 장이 발매 첫날인 지난달 11일 하루 만에 모두 팔렸다.
값이 1만1천880엔(약 12만원)으로 만만치 않았는데도 발매 첫날 매진되자 조직위는 서둘러 추가 제작에 나섰다. 조직위는 올림픽 개최 비용분담을 놓고 고이케 지사와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지만 "고이케 효과는 부인할 수 없다"며 그의 인기를 인정하고 있다.
지사 자신은 조직위원장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를 겨냥, "모리 회장은 늘 불평만 늘어놓지만 나는 조직위가 돈을 벌도록 할 궁리를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지만, 조직위 홍보실 측은 "(스카프가) 팔리는 것 자체는 고마운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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