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상품권 유통 한 달…상인들 "우리나라 돈 맞나?"
구매·환전 절차 까다롭고 지역상품권·온누리상품권과 '혼선'
현금 아닌 '현금등가물'로 인식·홍보 부족해 인지도 낮아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원은지 주영선 인턴기자 = "이거 우리나라 돈 맞아요? 동남아 돈처럼 생겼네…"
지난 1일 기자가 춘천 중앙시장을 찾아 강원상품권을 건네자 상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강원도가 올해부터 발행한 지역 화폐인 '강원상품권'이 유통된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상인들은 처음 본다거나 타 상품권과 혼동했다.
춘천만 해도 춘천사랑상품권, 온누리상품권 등이 함께 쓰이는 탓에 상인들은 "온누리상품권하고 똑같은 건가?"라며 상품권을 구분하지 못했다.
시장을 돌아봐도 전통시장 입구에 춘천사랑상품권 현수막은 걸려 있으나 강원상품권은 현수막은커녕 전단조차 볼 수 없었다.
계산대에서 강원상품권을 내민 가게 20여 곳 중 서너 곳만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강원상품권과 같은 날 유통을 시작한 춘천사랑상품권과도 인지도 차이가 컸다.
시장 내 상인들은 설 연휴 기간에 춘천사랑상품권은 받아 봤으나 강원상품권은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상인 대부분은 강원상품권을 다른 상품권으로 잘못 인식하거나 뉴스를 통해 이름만 들어봤을 뿐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상품권을 구매하기 위해 찾은 농협에서조차 담당 직원은 "개인이 강원상품권을 구매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어떻게 알고 사러 왔느냐"고 되물었다.
신분증과 상품권을 구매할 현금을 줬으나 담당 직원은 상품권 환전 업무가 익숙지 않은 듯 10분이 지나서야 상품권을 건네줬다.
강원상품권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데에는 강원도와 상인 측이 각각 다르게 이해하는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도 관계자는 "식당에서 상품권을 받으면 그걸 가지고 식자재 구매를 하는 등 또 다른 소비를 유도해 화폐처럼 쓰이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강원상품권을 현금이 아닌 '현금등가물'로 인식하는 탓에 받으면 바로 현금으로 바꾸려 한다.
도에서 강원상품권을 화폐처럼 순환시키고 싶어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게다가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강원상품권에 대한 인식이 낮고, 환급 방식이 기존 상품권과 달라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전통시장에 자리 잡은 온누리상품권은 소비자에게 받은 상품권을 시장 내 관리소에서 바로 현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지만, 강원상품권은 상인이 등록한 농협 계좌를 통해서만 환급할 수 있다.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장사 중에 자리를 비우고 근처 농협에 방문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한 것이다.
김성철(62) 중앙시장 대표는 "혼자 장사하는 분들이 많아 자리를 비우기 어렵고, 환전하러 가도 대기인원이 수십 명인 탓에 다들 불편해한다"며 "취지는 좋으나 홍보나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편, 도는 최근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실물경제 전반이 매우 좋지 않자 상반기에 발행할 예정이었던 강원상품권 250억원을 조기 발행할 계획이다.
또 각 시·군별 홍보단을 꾸리고, 주민생활과 밀접한 업소를 집중적으로 확보해 사용점을 점차 모든 업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시행 초기라 불편함이 있겠지만, 일반화되면 현금처럼 사용에 제한이 없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onany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