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차고지증명제 확대 한 달…중고차·전기차 뜬다
중형승용차 등록 20.2% 줄어…차량 증가세 주춤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중고차를 사야 할까요, 아니면 전기차를 사야 할까요?"
제주시에 사는 강모(38)씨는 아내의 승용차이자 가족의 '세컨드카' 구매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제주시 동(洞) 지역 대형차에 한해 시행한 차고지증명제가 올해 1월부터 중형차 이상으로 확대 실시됨에 따라 중형차 중에서도 차고지증명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중고차(2017년 이전 등록 차)와 전기자동차(무공해) 중 무얼 선택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씨는 중고차를 선택하려니 혹시나 결함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고, 전기차는 배터리 성능 문제와 차종이 다양하지 않아 선뜻 큰돈을 쓰기가 꺼려졌다.
그렇다고 아이가 둘이라 여유 공간이 필요한 만큼 경차를 선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차고지증명제 확대 시행 한 달이 지나면서 강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제주시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한 차고지증명제는 자동차를 신규·이전·변경 등록할 때, 특정 차량을 제외한 자동차 소유자가 전용 주차장인 차고지를 확보해 행정기관에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차고지를 확보해 놓지 못하면 자동차 등록을 할 수 없다.
올해부터 달라진 제도로 인해 차고지가 두 개 이상인 집은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차고지를 임대하지 않는 한 새 차를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한다.
결국 1가구 2차량을 원하는 사람들은 중고차 또는 전기차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전기차 역시 차고지증명제가 제주 모든 차량으로 확대 시행되는 오는 2022년에는 제도에 편입될 것으로 보여 머지않아 중고차 시장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월 한 달간 제주시에 새로 등록된 중형승용차는 62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783대보다 20.2%(158대) 줄었다.
특히 신규 등록 중형승용차 625대 가운데 중형전기차가 27.7%(173대)를 차지하고 있어 지난해 같은 기간 1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수요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해마다 늘어나던 신규 등록 차량이 주춤한 데는 새 차 구매 수요가 차고지증명제를 피해 전기차뿐만 아니라 중고차로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시에 등록된 차량은 37만3천706대로, 이중 역외 세입차량을 제외한 순수하게 제주시 내 운행차량은 25만7천969대다.
제주시민(48만3천325명) 1인당 차량 보유대수는 0.53대, 가구당(19만2천353가구) 1.34대의 차를 보유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난 상황임을 고려하면 4인 가구 이상의 경우 사실상 '1가구 2차량 시대'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제주에서 혁신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거나 제도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고차 판매업을 하는 고모씨는 "1월이 보통 비수기인 관계로 당장 눈에 띄게 중고차 매매가 활발해지지는 않았다"면서도 "차고지증명제 때문에 중고차를 보러 오는 손님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3∼4개월 뒤면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20∼30%가량 중고차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김윤철 제주시 차고지증명제 담당은 "차고지증명제는 차고지 확보에 따른 차량구입 부담을 높여 1가구가 2대 이상의 차량을 소유하는 것을 억제해 사실상 자동차 총량의 증가를 둔화시키고 장기간에 걸쳐 그 수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도 시행 초기라 앞으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신차 구매자들이 중고차로 옮겨가고 있다면 자동차 총량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가 올해부터 차고지증명제 대상에 포함 시킨 차량은 배기량이 1천600㏄ 이상이다. 1천600㏄ 미만이더라도 차량 길이 4.7m, 너비 1.7m, 높이 2.0m 중 하나라도 초과하는 경우 마찬가지로 차고지증명제 적용 대상이 된다. 16인승 이상 승합차, 적재량 1t 초과 화물차, 총중량 3.5t 초과 특수차량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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