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통폐합 반대에 학생보다 교직원 많은 기형적 학교 속출(종합)
전북교육청, 분교장 조정마저 막아 학생 1명에 교직원 5명 있기도
(전주·군산=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저는 전북 군산의 비안도라는 섬에 있는 비안도초등학교입니다.
새만금방조제의 가력도항에서 서쪽으로 8km 떨어져 있는 아름다운 섬, 비안도를 지키는 유일한 학교입니다.
1943년 문을 열어 지금까지 70여년간 720여명의 학생이 거쳐 갔습니다.
한때 재학생 수가 수십 명을 넘어섰던 적도 있지만 산업화의 물결을 따라 주민들이 하나둘 도시로 떠나가면서 존폐의 갈림길에 선 지 오래입니다.
많은 농어촌 학교가 그러하듯이 말이죠.
재작년에 2명이었던 학생 수는 급기야 지난해 1명으로 줄었습니다.
올해도 3학년에 올라가는 그 학생 1명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학생은 1명밖에 안 되는데 교직원은 교장 선생님에 교사, 행정실장, 행정실 직원, 교무실무사 등 모두 5명이나 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나 할까요.
물론 모두 각자의 역할이 없지는 않습니다.
교장은 학교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행정실장은 행정을 총괄합니다.
행정실 직원은 직원들의 급여와 물품, 학교 재산 등을 관리하고 교무실무사는 교무실 업무를 지원합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연간 직원 인건비만 2억원은 훌쩍 넘어설 겁니다.
2015년 서울 공립학교 교장·교감의 1인당 인건비가 1억원을 초과했다고 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물론 학교 운영에 필요한 돈은 인건비뿐만이 아닙니다.
학교의 전기세와 전화비 등 운영비만 올해 1억1천만원이 책정돼 있습니다.
교직원 5명이 모두 뭍에서 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방 5개로 구성된 사택 2채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학생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도 지금으로써는 전혀 없습니다.
경제적 논리로만 따져서는 안 되겠지만 학생 1명을 가르치는데 이렇게 많은 교직원이 필요한 건지, 이렇게 많은 예산을 들여도 되는 건지 가끔은 스스로 미안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학교를 없애야 한다는 얘기는 전혀 아닙니다.
학교가 사라지면 이 학생과 부모는 섬을 떠나거나 헤어져 살아야 하고, 섬마을의 황폐화도 가속화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도시에 학교를 신설하려면 소규모 학교를 없애라는 정부 정책도 그래서 동의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런 논리대로라면 전국적으로 수백 개에 달하는 섬마을과 산골의 학교는 다 문을 닫아야 할 테니까요.
다만 분교장으로 조정만 해도 이런 비효율성은 크게 줄어들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분교장은 교장과 행정실 직원을 따로 두지 않으니 최소한 3명은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형적이며 불합리한 상황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북도교육청이 2012년에 소규모 학교 통폐합 반대 입장을 정하며 '학생 수 10명 이하면 분교장으로 개편할 수 있다'는 규정을 폐기했기 때문입니다.
분교장으로 개편되면 통폐합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저처럼 학생이 1명인데 본교를 유지하는 곳이 있는 반면 학생 수가 10명이 넘는데 분교장인 곳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학생 수가 10명이 안 되는, 저와 비슷한 상황의 초·중·고교가 작년 4월 기준으로 도내에 15곳이나 됩니다.
사정은 좀 다르지만 강원도에도 작년 기준으로 학생 수가 10명 미만인 본교가 12개, 학생 수보다 교직원 수가 더 많은 학교는 24교라고 합니다.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합리적인 교육행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북교육청도 뒤늦게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관련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지만 지켜볼 일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지금처럼 학교 통폐합을 무조건적이고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게 능사인지에 대한 고민도 시작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는 전북도교육청이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반대하고 분교장 개편 규정마저 폐지하며 제기되는 예산의 비효율성 문제를 비안도초등학교 사례를 들어 일인칭 이야기 전개 형식으로 소개한 것입니다.>
doin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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