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내 트럼프 반감 '눈덩이'…총리 "국빈방문 번복은 불가"
국빈방문 거부 청원에 무려 158만명 동참
"나치·인종주의" 트럼프 반대시위에 시민 수만명 가세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해 국제적인 파문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반감이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영국에서도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의 영국 국빈방문을 반대하는 청원이 100만명을 훌쩍 넘어서고 트럼프 반대 시위에 수만 명이 참가하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트럼프의 국빈방문을 취소할 수 없다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국민 다독이기에 나섰다.
메이 총리는 30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의 영국 국빈방문을 번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메이 총리는 "미국은 영국의 가까운 동맹국으로, 양국은 상호 이익이 되는 많은 분야에서 협력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국을 국빈 방문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러한 요청은 아직 유효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국은 특수관계를 갖고 있다"며 양국의 공조관계를 강조했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미국이 발표한 (반이민) 정책과 관련해선 영국은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 2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정상회담한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연내 트럼프의 영국 국빈방문을 요청했다고 밝혔고, 트럼프는 이러한 요청을 수락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메이와의 정상회담과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메이 총리는 이러한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미국의 정책은 미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반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을 거부한 메이 총리의 태도는 영국 내에서 큰 반발을 일으켰고, 결국 영국 총리실은 메이 총리가 트럼프가 서명한 행정명령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메이 총리의 노력에도 영국 내 트럼프에 대한 반감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현재 트럼프의 국빈방문 취소를 요구하는 의회 온라인 청원에는 31일 현재 158만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트럼프의 방문 형식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청을 받는 국가수반 자격이 아닌 메이 총리의 상대인 정부 수반 자격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서명이 10만 명을 넘는 청원을 반드시 논의해야 하는 영국 의회와 정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보이고 있다.
또한, 런던 등 영국 주요 도시에서는 트럼프와 무슬림에 적대적인 반이민 정책을 비난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특히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가 등 런던시 곳곳에서 열린 이날 '반(反) 트럼프' 시위에는 수만 명이 참가했다고 AFP통신이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위에는 '나치와 손잡지 말라', '인종차별주의와 트럼프를 거부한다'는 트럼프를 비난하는 문구는 물론 미국과 경제 협력이 절실한 까닭에 입장이 애매해진 메이 총리를 겨냥한 "테리사 메이는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는 플래카드도 등장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애넷 코너스는 영국 정부가 인권을 보호하려는 원칙보다는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며 "트럼프에 국빈방문을 요청한 것을 거부하고, 다른 유럽 지도자와 달리 (미온적인) 정부의 반응에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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