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 "즐거운 넥센, 내일이 기다려진다"
2017시즌 넥센 1라운드 지명…신인으로 캠프 참가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바람의 아들' 이종범(47) 해설위원의 아들로 이름을 알린 이정후(19·넥센 히어로즈)가 프로야구 넥센 유니폼을 입은 지 7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6월 넥센의 1차 지명으로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된 이정후는 그동안 숨 가쁘게 시간을 보냈다.
8월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했고, 11월에는 넥센의 마무리 캠프 명단에 포함돼 프로에서의 첫 훈련도 경험했다.
그동안 키 185㎝인 이정후는 입단 당시 몸무게 72㎏에서 81㎏까지 불리며 근육량을 키웠고, 이제는 넥센의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돼 '진짜 프로야구 선수'로 거듭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넥센은 올해 스프링캠프에 선수 31명만 뽑아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규모의 선수단을 꾸렸는데, 이정후는 입단 동기 김혜성과 함께 신인으로는 둘만 이번 애리조나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이정후는 "아버지께서 캠프 가면 선배 눈치 보고, 선배가 할 것도 빼앗아서 한다고 생각하라고 말씀해주셨다"면서 "야구에 대해서는 엄한데, 아빠로 만나면 정말 좋은 분"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현역 시절 '야구 천재'라 불렸던 이 해설위원이 한국프로야구에 남긴 발자국은 상당히 크다.
아들로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이정후는 "정말 전혀 부담 안 된다. 신경 쓰지 않는다. 아버지는 아버지고, 나는 나다. 스트레스받으면 나만 손해"라며 시원하게 넘겼다.
이처럼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이정후에게도 이번 애리조나 캠프는 긴장될 수밖에 없다.
그는 "마무리 캠프는 적응하는 게 제일 먼저였고, 선배라고 해도 나이 차가 얼마 안 나서 재미있게 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는 (연차가 많이 나는) 선배님도 다 오시고, 시즌을 준비하는 단계라 긴장된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프로 무대에서의 첫해를 앞두고 아직 정확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그저 "다치지 않고 스프링캠프 잘 마쳐서 일본까지 가는 게 1차 목표다. (2차 캠프인) 일본에서까지 잘 마치면 시범경기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고 싶다. 시범경기까지 (순조롭게) 가면 목표를 다시 세우겠다"고만 말했다.
그래서 '미래의 주전 유격수가 되겠다'와 같은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넥센은 강정호-김하성으로 이어지는 '거포 국가대표 유격수'의 팀이다.
이정후의 주 포지션도 아버지와 같은 유격수다.
하지만 그는 "우리 팀에 (김)하성이 형도 있지만, 어느 팀이든 주전 유격수는 다들 있다. 유격수가 아니라도 고교 때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다. 어디든 맡겨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젊은 선수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가는 넥센은 최근 고교 졸업을 앞둔 선수에게 인기 팀으로 떠올랐다.
휘문고 졸업을 앞둔 이정후는 "정말 가고 싶은 팀이 넥센이었는데, 와서 해보니 정말 다 좋다. 후배나 친구가 부러워할 정도"라며 벌써 팀에 대한 애정을 마음껏 드러냈다.
그리고는 "코치와 선배들이 지적보다는 칭찬을 먼저 해주신다. 분위기부터 재미있고, 내일이 기다려질 정도"라며 활짝 웃었다.
흔히 '노력만 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말한다. 이제 막 프로 무대에서는 걸음마 단계인 이정후지만, 그는 지금 야구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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