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암살' '종교갈등' 아웅산수치 측근 피살에 추측 난무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 최고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의 측근이자 여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법률 자문역을 맡아온 유명 변호사의 총격 피살 배경을 둘러싸고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현장에서 용의자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는 경찰이 아직 범행 동기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코 니(63) 변호사의 종교적 배경과 여당 내에서의 역할 등이 최고 정세와 맞물려 다양한 관측을 낳고 있는 것이다.
3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수치가 주도하는 여당인 NLD는 코 니 변호사 살해사건을 테러범에 의한 정치적인 암살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NLD는 성명을 통해 그가 수치의 핵심 측근으로 '대체 불가능한' 인물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를 암살한 것은 NLD의 정책에 반대하는 테러범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살해된 코 니 변호사는 무슬림 출신의 변호사로 오랫동안 수치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에게 법률 조언을 해오면서 NLD에도 깊이 관여해왔다.
또 헌법 전문가인 그는 NLD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 2015년 총선 이후 수치의 대통령 출마를 막았던 헌법 개정 작업을 추진해왔다.
군부 주도로 2008년 개정된 헌법 59조는 외국 국적의 가족이 있는 경우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영국 국적의 두 자녀를 둔 수치는 이 조항 때문에 대통령에 출마하지 못했다.
이런 그의 활동상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게 NLD측의 해석으로 풀이된다.
또 동시에 그는 불교도 중심의 미얀마 사회에서 무슬림 등 소수종교에 대한 차별을 비판해 오면서 급진 불교도들과 민족주의자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종교 갈등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건 현장에 있던 코 니 변호사의 딸인 인 느웨 카잉은 평소 그가 이슬람교도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적이 생겼고, 이것이 이번 사건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녀는 "우리가 다른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이것이 (아버지 살해의) 한 이유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 현장인 양곤 국제공항에서 용의자 치 린(53)을 검거해 조사하고 있는 미얀마 경찰은 그가 만달레이를 주소지로 기재한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 주소지에 살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아직 구체적인 살해 경위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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