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트럼프 당선에 美영주권 찢은 소잉카의 '오브 아프리카'
인류역사의 동반자 털 이야기…'헤어'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 오브 아프리카 =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20년 동안 거주한 미국 영주권을 찢어버리고 모국 나이지리아로 돌아가 화제를 모았던 시인 겸 극작가 월레 소잉카(83)의 책.
1986년 아프리카인으로 처음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잉카는 아프리카 대륙 전역의 불의와 독재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책은 식민시대가 끝난 이후에도 국가, 인종, 종교에 뿌리를 둔 배타주의와 근본주의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보여준다.
소잉카는 기독교도들과 이슬람교도들이 이교나 이단이라고 부르며 파괴했던 아프리카의 토속신앙이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본다. 토속신앙을 대표하는 오리사 교는 자신에게 치욕을 준 다른 종교도 관용으로 감싸 안는다.
"이슬람이나 다른 종교의 사제를 모욕하면, 구더기가 들끓게 될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경전 구절은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아프리카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풀지 못하는 갈등을 이러한 가치들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
2009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집권하자, 그의 '아버지의 나라' 케냐에서는 "루오(우간다의 소수 종족)가 우간다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미국 대통령이 되는 쪽이 더 쉽네"라는 가사의 노래가 인기를 얻었다.
소잉카는 3년 뒤 발간한 이 책에서 "이 노래는 아프리카를 뒤덮은 '배제의 정신구조' 해악에 대한 고발"이라면서 "미국처럼 인종차별이 심한 곳들은 드디어 거기에서 빠져나오는데 아프리카 대륙은 배제의 정신구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4년 뒤인 2016년 11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소잉카의 이런 진단은 무색해졌다.
삼천리. 왕은철 옮김. 272쪽. 1만6천 원.
▲ 헤어 = 탈모 혹은 제모의 대상으로만 인식되는 '털'이 "인류 역사의 동반자"임을 보여주는 책. 30년간 털을 연구하며 200편 이상의 논문을 출간한 커트 스텐이 집필했다.
털의 기원을 찾는 여러 가설이 있지만, 책은 인간이 원숭이 시절 간직했던 털을 잃으면서 열을 방출할 수 있게 됐고 온도에 민감한 뇌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었다는 설을 취한다.
털, 특히 머리카락은 고대로 건강, 권력, 성적 매력 등 최고의 메시지 전달 수단이었다. 털의 유무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른 뜻을 내포했다. 고대 이집트 귀족은 왕권을 상징하는 한 타래의 긴 머리를 제외하고는 머리를 밀었지만, 유럽 상류층은 남녀 구분없이 가발을 이어붙여서라도 풍성한 모발로 정치적 권위를 드러냈다.
이발사와 미용사의 등장, 염색과 가발의 역할 등 '털'과 연관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엠아이디. 하인해 옮김. 280쪽. 1만5천 원.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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