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서 군부 비판한 교수 실종 22일만에 생환…의혹 증폭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파키스탄에서 최근 소수자 권익을 옹호하거나 이슬람 극단주의에 비판적 견해를 밝힌 자유주의 운동가들이 잇달아 실종된 가운데 22일간 실종 상태였던 한 교수가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 교수와 가족들은 그동안 그가 어디에 있었는지 함구하고 있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
29일 현지 일간 익스프레스트리뷴 따르면 살만 하이더 교수 가족은 "28일 오후 경찰에서 하이더 교수를 찾았다고 연락했다"며 "하이더 교수가 집에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가족과 함께 있으며 건강하다"고 언론에 밝혔다.
하지만 한 익명의 경찰관은 "하이더 교수가 경찰에 발견된 게 아니라 27일 스스로 귀가했으며 가족에게 구체적인 상황을 알리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이 신문에 말하는 등 하이더 교수의 실종과 생환 과정을 놓고 여전히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라왈핀디에 있는 파티마 진나 여자대학에서 젠더학을 가르치는 하이더 교수는 지난 6일 저녁 수도 이슬라마바드 시내에서 친구들을 만나고서 아내에게 귀가하겠다고 전화한 뒤 최근까지 연락이 두절됐다.
그는 평소 종교적 극단주의에 반대하고 기본적 인권 보장을 강조했으며 군부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하이더 교수의 실종을 전후해 파키스탄 내 소수자 권익운동을 한 시민단체 대표와 인터넷을 통해 종교 자유 등을 주장한 블로거 등 4명도 라호르, 이슬라마바드 등에서 잇따라 실종됐다.
지금까지 이들을 납치했다고 주장한 단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야당 의원과 시민단체는 정보기관이 실종자들을 불법으로 체포했을 것으로 의심하며 전국적으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브래드 애덤스 아시아국장은 "파키스탄 정부는 무장단체나 정보기관이 시민단체 회원과 언론인을 위협하고 공격하는 데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언론인과 시민단체 회원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만으로 이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차우드리 니사르 내무 장관은 경찰이 최선을 다해 실종자들을 찾고 있다며 이들의 실종에 정부가 관련됐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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