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실이 기다려"…'아우슈비츠 수용소 탈출' 게임에 비난
체코서 아우슈비츠 본뜬 '방탈출' 게임, 결국 영업중단
트럼프,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 성명에 '유대인' 표현 빠져 논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체코의 한 회사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본뜬 '방 탈출'(Escape room) 게임을 만들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해당 방 영업을 중단했다.
체코 프라하에 있는 게임업체 '도스탄 세 벤'은 27일(현지시간) 아우슈비츠를 소재로 한 방 탈출 게임의 이용 티켓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앞서 도스탄 세 벤은 "아우슈비츠 집단수용소 희생자의 위치에 서면서 친구들과 흥미로운 방 탈출 게임을 해보라"며 "'최후의 샤워'(가스실)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지만, 차이점은 당신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라는 홍보문구를 내세워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게임 참여 가격을 27일 '세계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을 앞두고 390 체코 코루나(약 1만6천원)로 할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아우슈비츠 추모 박물관은 트위터를 통해 "충격적이고 서글프다"며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모든 이들에 대한 무례"라고 밝혔다.
프라하 유대인 박물관도 성명을 내고 "2차 세계대전 기간 유대인을 조직적으로 살해한 것을 상업적인 활동에 이용하고 특히 역사적 사실을 뒤튼 것은 무지와 냉소, 냉혈의 징후"라고 비판했다.
도스탄 세 벤 측은 성명을 통해 이 같은 비판을 이해한다면서도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하고 최대한 존경심을 담아 게임을 진행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아우슈비츠 탈출'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도스탄 세 벤 측은 해당 방 탈출 게임 소개를 웹사이트에서 삭제한 상태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을 맞아 포퓰리즘의 득세로 반유대주의는 물론 인종차별주의, 외국인 혐오증, 반무슬림 등이 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혐오 발언과 반유대주의 이미지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있다"며 "(무슬림에 대한 고정관념도) 매우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이 인권을 위한 행동에 박차를 가하며 젊은 층 교육에 투자하겠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이날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 성명을 냈지만 '유대인 언급'이 없어 구설에 올랐다.
트럼프 행정부는 성명을 통해 "(홀로코스트의) 희생자, 생존자, 영웅"을 언급하면서도 정작 유대인과 반유대주의라는 단어는 빼놓았다.
유대인 차별철폐운동단체인 ADL의 조너선 그린블랫 대표는 "백악관의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 성명에는 유대인에 대한 언급이 없어 당혹스럽다"며 "공화당과 민주당 대통령은 과거 모두 (유대인을 언급)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성명에는 "우리는 나치 정권이 살해한 600만 명의 유대인과 수백만 명의 이들을 엄숙하게 기억한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었으며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우리가 반유대주의를 발견한다면 함께 힘을 합쳐 이와 싸워야 한다"고 연설한 바 있다.
heev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