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오른 필리핀 경관의 한인살해…용의자·경찰총수 '공방'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필리핀에서 현직 경찰관에 의한 한국인 사업가 납치·살해 사건이 정치·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외국인 피해 범죄로는 이례적으로 26일 필리핀 상원의 청문회까지 열렸다. 경찰의 도덕성과 신뢰성에 치명타를 가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된 것이다.
필리핀 상원 공공질서위원회가 이날 개최한 청문회에는 지모(53) 씨 납치·살해의 주범으로 체포된 리키 이사벨 경사와 증인,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 등이 출석했다. 지 씨 부인(53)도 참석했으며 청문회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상임위원회 위원장인 판필로 락손 의원은 "지 씨 사건은 비극적인 일"이라며 "경찰이 국민의 신뢰와 존경심을 잃을 만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청문회에서는 작년 10월 18일 필리핀 중부 관광도시 앙헬레스 자택 근처에서 일어난 지 씨의 피랍 사건을 놓고 경찰 총수와 용의자 간에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필리핀 경찰청은 몸값을 노린 경찰관들이 마약 관련 혐의가 있다며 지 씨를 경찰청사로 끌고 가 살해한 뒤 화장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필리핀 검찰은 이 사건의 용의자로 경찰관 2명 등 7명을 기소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청문회에서 이사벨 경사가 주범으로 강력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사벨 경사의 부인이 지 씨 납치에 쓰인 차량이 자신의 것이라고 인정했고 지 씨와 함께 납치됐다가 풀려난 가정부도 이사벨 경사를 범인으로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사벨 경사를 포함한 범인들이 지 씨 납치 직후 은행 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인출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 TV에 잡혔다고 덧붙였다.
델라로사 청장은 이사벨 경사가 2007년에도 한 여성의 납치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이사벨 경사는 사건 당일 지 씨 동네에 간 적이 없으며 범행 차량의 번호판은 자신의 부인 차량을 복제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사벨 경사는 경찰청에서 자신의 상관인 마약단속팀장이 지 씨를 총으로 때리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사벨 경사는 이 사건의 배후에 경찰 간부 2명이 있으며 자신은 희생양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델라로사 청장은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사건에 경찰 간부는 물론 법무부 소속 국가수사국(NBI) 민간인 직원의 연루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