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FSB 고위 사이버정보 요원 체포…美대선 개입여부 촉각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사이버정보 담당 부서 고위 당국자가 모스크바에서 국가반역죄 혐의로 검거됐다고 러시아 언론이 25일 보도했다.
KGB 후신으로 재탄생한 FSB의 정보보안국 부국장인 세르게이 미카일로프 구속 사건은 장막에 가려진 러시아 사이버보안 기관 내부의 혼란상이 일반에 노출되는 매우 드문 사례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카일로프 부국장은 미국 민주당 해킹 사건에 연루된 FSB 정보보안국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이번 구속이 미국 대선 개입과 관련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는 바이러스 퇴치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인 카스퍼스키 랩에서 컴퓨터 사건 대응조사팀을 이끌었던 민간 분야의 사이버보안 전문가 루슬란 스토야노프와 함께 구속됐다.
카스퍼스키 랩은 성명을 통해 스토야노프가 체포된 것은 맞지만 카스퍼스키 랩이나 회사 업무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사이버 범죄 조사에 협력해온 이들 전문가의 구속은 사이버 범죄와 민간 바이러스 퇴치 업체, 러시아 보안 서비스 업계 관계자들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서방의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은 지난해 여름 미국 민주당 해킹 사건을 앞두고 러시아 보안기관이 범죄인 해커들을 발탁해 정치적 논란이 되는 컴퓨터 개입을 하도록 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유력 일간지인 코메르산트는 익명을 요구한 모스크바 정보기술업계와 FSB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반역죄 혐의는 해킹 범죄를 조사하다가 러시아 정부의 민감한 부분까지 건드린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미국 대선 해킹에 개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고위 당국자를 구속했다는 것은 대선 해킹 개입 의혹을 이유로 보복 제재를 한 미국에 대한 선의의 제스처일 수도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FSB와 주로 군사정보 수집을 수행해온 러시아군 총정보국(GRU) 등 러시아 정보기관 2곳이 미국 대선에 개입할 목적으로 해킹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하고 있다.
만약 미카일로프 부국장 구속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는 옛 소련 붕괴 이후 FSB 내 최고위직 요원 중의 한 명이 반역죄 혐의로 체포되는 것이다. FSB는 미카일로프 부국장 구속 여부를 묻는 이메일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ys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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