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호텔·펫시터 '예약 쇄도'…견공과 함께하는 귀성길도
(고양=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그냥 데리고 갈까?', '호텔에 보낼까?', '돌봐주는 사람이라도 구할까?'
어린아이 얘기가 아니다. 반려동물 수가 1천만에 달하면서 설 명절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전용 호텔은 이미 예약이 다 찼고 반려동물 도우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반려동물을 위해 귀성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등장했다.
애견·애묘인들이 만들어낸 '신(新) 풍속도'가 확산하고 있다. 그런 만큼 반려동물로 인해 주변과 갈등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에티켓은 필수다.
◇ 애견호텔·펫 시터 '호황'
대학생 배모(26·여)씨는 이번 설에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는 KTX 표를 구하는 일보다 '달콩이'를 위한 마땅한 애견호텔을 찾는 게 더 어려웠다.
포메라니안 견종인 달콩이와 맞는 첫 명절인데, 부모님과 친척들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아서 데리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까운 애견호텔은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 최대 규모의 한 애견호텔에 문의한 결과 명절 기간 예약은 이미 일주일 전에 다 끝났다고 한다. 비용은 하루에 체중에 따라 2만∼3만5원이다.
배씨는 결국 애견 관련 인터넷사이트에서 펫 시터(pet-sitter·반려동물 도우미)를 알아봐야 했다.
펫 시터는 반려동물 보호자의 집에 와서 잠깐씩 돌봐주는 '방문 펫 시터'와 펫 시터의 집에 맡기는 '위탁 돌보미'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한 인터넷사이트에 따르면 위탁 돌보미 비용은 당일 케어에 2만∼3만원, 1박에는 3만∼4만원 선이다. 방문 돌봄 서비스는 30분 산책·배식 등을 챙겨주는 조건으로 1회에 3만∼5만원가량이 든다.
이마저도 안 돼 귀성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여모(43)씨는 매번 고양이를 집에 두고 귀성길에 올랐다가 이번 설에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집에 먹이를 곳곳에 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도 사흘 안에는 돌아와야 해서 항상 신경이 쓰였는데, 이번에는 아예 사월이와 둘이서 명절을 보낼 계획이다.
◇ 친정에 맡기고…견공 데리고 귀성길 오르고
애견·애묘를 돌봐줄 사람이 있거나 직접 데리고 내려갈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다행이다.
정모(31·여)씨는 이번 설에 강원도 평창에 있는 시댁에 내려가기 전 서울 친정집에 들를 계획이다.
집에서 키우는 애견 2마리를 명절 기간 친정에 맡기기로 했다. 시댁에 가면 차례 음식을 준비하느라 애견들을 돌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독교 집안이라 차례를 안 지내는 친정에서 애견들을 봐주기로 했다.
정씨는 "사료·간식·배변판·장난감까지 다 싣고 간다"면서 "아직 자녀가 없지만, 애 둘 키우는 기분"이라고 했다.
2박 3일 이상 집을 비워야 하기에 키우던 강아지나 고양이를 직접 데리고 귀성길에 오르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34)씨는 전북 군산으로 가는 귀성길 차량에 강아지를 태우고 가기로 했다.
최근에 다리 수술을 마친 강아지를 안전하게 데려가기 위해 병원에 가서 장시간 이동이 가능한 지 확인까지 받았다.
이마저도 강아지가 케이지(이동장)에 갇혀 있느라 불안해할까 봐 자신의 여자친구와 동행하기로 했다.
◇ 반려동물 갈등 막으려면 "에티켓 지키세요"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21.8%나 되지만, 동물을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기분 좋아야 할 명절에 친지나 고향의 이웃과 갈등을 겪지 않으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에티켓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고향에 내려간 뒤 새로운 환경에서 불안해진 애견이 자주 짖거나 사람을 무는 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가까운 거리라도 이동할 때는 반드시 목줄을 착용시키고, 변을 처리하기 위한 배변 봉투를 준비해야 한다.
또 하루 1회 정도의 산책을 통해 반려동물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것도 필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는 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기본적으로 고속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는 살아 있는 동물을 태우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전용 운반 상자'에 넣은 애완동물은 여객의 휴대품으로서 반입을 허용한다. 그러나 다른 승객들이나 일부 기사에 의해 반려동물 탑승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이동장을 준비하여 다른 승객들에게 최대한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잘 짖는 애견은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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