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500억여원…바다 유입통제·구조·수색·귀향유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유럽연합(EU)이 지중해를 통해 유입되는 난민들을 통제하고 해상 사고를 막기 위해 리비아를 지원하기로 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EU 집행위원회가 난민 유입의 주요 통로로 떠오른 '지중해 루트'를 통제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EU는 리비아를 통한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2억 유로(약 2천506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중 320만 유로(약 40억원)를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재정·장비·훈련에 지원해, 일대에서 수색 및 구조 능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는 리비아 당국의 자체 통제 능력을 강화해 난민의 유럽 유입과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익사 사고를 막기 위함이다.
작년에는 18만1천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으로 가기 위해 고무보트나 허름한 목선을 타고 지중해로 뛰어들었으며 이중 약 5천명이 익사했다.
올해 첫 두 주 동안 지중해를 이렇게 건너다 숨진 이들이 벌써 220여명에 달했다. 지난 13일 동아프리카 출신 이주자 180여명이 선박 침몰로 한꺼번에 숨졌다.
EU 의장국인 몰타의 조지프 무스카트 총리는 "올봄 지중해를 건너서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 수가 사상 최고치에 이를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에 조성되는 기금 일부는 이집트, 니제르, 수단 등 이웃 국가에서 리비아로 들어간 난민들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고국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쓴다.
EU는 난민의 주요 통로가 되는 국가들을 지원해 유입을 통제하는 방안을 연구해왔으나 이번 리비아 지원 계획은 터키와의 난민송환협정과는 다소 다르다.
작년에 EU는 그리스에 도착한 이주자 중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터키로 되돌려 보내고 터키 난민캠프에 있는 1명을 유럽에 정착시키기로 했다.
대신, EU가 터키 내 시리아 난민캠프 관리를 위해 30억 유로(약 4조원)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모게리니 대표는 "두 국가의 상황과 난민의 구성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유입된 난민은 통상 전쟁을 피해 달아난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출신이지만 리비아에서 유럽으로 들어가려는 난민은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과 빈곤을 벗어나려는 아프리카 출신이 대다수라는 설명이다.
한편, 일부 인권단체들은 이번 방안이 난민들을 다시 위험에 떠밀어 넣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우회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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