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메르켈' 바통 '트럼프-메이' 이어 받나
FT "오바마 집권 8년간 英총리는 메르켈 그늘에 가렸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이 수십 년간 미국의 특별히 긴밀한 동맹이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8년간 오바마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더 신뢰하는 파트너로 여기면서 영국 총리는 그늘에 가렸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는 27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좋은 출발을 하려고 한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오바마-메르켈이 누렸던 긴밀한 관계를 트럼프-메이가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영국 언론의 기대감이 반영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오바마가 임기 마지막 날 백악관을 떠나면서 외국 정상과 한 통화의 상대는 메르켈이었다.
하지만 독일 dpa 통신도 두 정상의 만남을 이틀 앞둔 25일(현지시간) '대처-레이건 관계가 재현되나?'라는 제목으로 트럼프-메이 관계를 다룬 기사를 내보냈다.
트럼프와 메이의 친분 쌓기는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이미 메이와 전화통화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총리가 누렸던 긴밀한 관계를 고대한다"며 메이에 대한 호감을 전했다.
1980년대 공화당 레이건과 보수당 대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인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을 이끄는 한편 정치·경제적으로 각별한 관계로 지냈다.
나아가 트럼프는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은 "현명한 결정"이고 "브렉시트는 결국 위대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가 기회가 될지 위기가 될지 영국 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브렉시트를 성공으로 만들겠다"는 메이 총리의 호소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또 취임 이후 첫 정상회담 상대로 메이 총리를 선택해 메이의 체면을 살려줬다.
트럼프는 이미 메이를 '매기(Maggie)'라고 부른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보도했다. 친밀함을 보여주려는 호칭이다.
일각에선 메이 총리가 트럼프를 만난 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메이가 트럼프 취임 이후 악화하는 미·중 관계의 메신저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메르켈 총리에 대한 불신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메르켈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묶어 "두 사람을 신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 보자.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고 유럽연합(EU)을 "독일의 도구"라고 표현했다. 또 메르켈의 난민 포용 정책을 "재앙과 같은 실수"라고 맹비난했다.
dpa 통신은 트럼프와 메이 모두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으로 부상한 포퓰리즘 속에서 국민의 깊은 분열에 직면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메이에게 트럼프가 '로니(Ronnie)'가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트럼프 측근의 말도 전했다.
미국과 영국이 양국 자유무역협정(FTA)을 논의하면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과 메이의 '영국 우선'의 충돌을 극복하는 것도 커다란 과제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의원들 앞에서 트럼프의 '미 우선'에 굴복할 것을 우려에 "영국 국익을 우선으로 놓을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브렉시트를 끌고 나가야 하는 메이 총리로선 역대 어느 영국 총리보다 미국이 필요하고, 이를 알고 있는 트럼프가 '특수 관계'의 키를 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dpa 통신은 "영국 성공회 목사의 딸인 메이 총리가 자신만만한, 결혼을 세 번 한 호텔 재벌 트럼프와 '특수관계'를 다시 위대한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여성 총리인 메이가 국내외에서 들끓는 비난을 불러일으킨 트럼프의 여성 비하를 마냥 외면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대목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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