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무죄에 피해 할머니 "이게 무슨 재판이냐"
법정서 이용수 할머니 격노…박 교수 "명판결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60) 세종대 교수가 25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피해자 할머니들은 "이건 안된다"며 격노했다.
이날 재판정을 찾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9) 할머니는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벌떡 일어나 "법도 없느냐"면서 "유죄를 해야 하는데, 이건 안 됩니다"라며 판사들을 향해 호통쳤다.
이 할머니는 박 교수를 향해서는 "친일파"라며 욕설을 섞어 항의했다. 박 교수는 무죄 선고에 환하게 웃으며 변호사와 포옹했다.
이 할머니는 법정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공장을 데려간다 해놓고 공장을 안 보내고 성노예를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게 무슨 재판이냐"며 격앙된 심정을 토로했다.
할머니 측 법률대리인 양승봉 변호사는 "가치 평가와 사실 평가에 관해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이 나왔다"며 "항소하게 되면 천천히 분석해서 더 노력하겠다. 재판부가 책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3년형을 구형해 다소 충격받은 듯한 반응을 보였던 박 교수는 이날 재판부의 무죄 판단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 교수는 법원을 나서며 "명판결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합리적으로 진행해주신 판사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내가 맞서 온 상대는 피해자 할머님들이 아니라 기본적으로는 지원단체, 그리고 지원단체를 둘러싼 학회와 언론·정치 등 수많은 힘"이라면서 "개인으로서 대적하기 너무 힘들었는데 판사님께서 정확히 바라봐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가을부터 한국이 정치적으로 큰 소용돌이에 빠져 있고, 어떤 전환기라고 생각을 한다"면서 "내 재판은 한국 사회 여러 문제가 응축된 것이라고 생각을 해왔는데, 오늘 결과가 또 다른 사회를 향한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박 교수는 '피해자 할머니들이 무죄 선고에 격한 반대 반응을 보이셨다'는 취재진의 물음에는 "내가 찬찬히 설명해 드리면 이해해주실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이자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였고, 일본 제국에 의한 강제 연행이 없었다고 허위 사실을 기술해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서울동부지법 형사 11부(이상윤 부장판사)는 "학문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라며 박 교수에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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