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무역수지 6년만에 흑자 냈지만…트럼프 눈치에 전전긍긍(종합)
"대미 자동차수출이 흑자 견인"…작년 12월 수출 15개월만에 증가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일본의 무역수지가 대미 자동차 수출 호조 덕택에 6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의 불공정한 대미 무역 이익을 연일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는 전체 무역상대국 가운데 가장 컸다.
일본 재무성이 25일 발표한 무역 통계 속보 예비치에 따르면 일본의 작년 수출은 전년 대비 7.4% 감소한 70조392억 엔을, 수입은 15.9% 감소한 65조9천651억 엔을 각각 기록했다.
일본의 작년 무역수지는 4조741억엔 흑자를 냈다. 이번 흑자는 2010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그간 무역수지 적자 폭을 보면 2011년 2조5천647억 엔, 2012년 6조9천411억엔, 2013년 11조4천684억엔, 2014년 12조8천161억엔, 2015년 2조7천916억엔 등이다.
이번 흑자 전환의 배경에는 대대적인 대미 무역흑자가 있다.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는 6조8천347억 엔으로 전체 무역상대국 중 가장 컸다. 이어 홍콩, 한국과 교역에서 각각 3조4천396억 엔, 2조3천23억 엔의 무역흑자를 냈다.
일본의 대미 수출품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전체의 40%에 이르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자동차업계에 이어 대일 무역적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일본의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업무를 개시한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포드와 다우케미컬·벨·록히드마틴 등 제조업 자문단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일본에 자동차 한 대를 팔려고 하면, 그들은 팔지 못하게 각종 일들을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에서 자동차를 팔아 돈을 버는 일본이 미국 자동차업계에 대해선 비관세장벽을 세워놓고 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도요타 자동차가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지난 11일에는 미국이 일본을 상대로 무역적자를 내고 있다며 무역협정은 참사라고 했다.
일본 정부 당국자들과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강공에 무역전쟁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일본기업의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투자에 대해 강조하고 나섰다고 WSJ은 전했다.
전날 도요타는 향후 5년간 1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앞서 발표한 계획의 하나로 미국 인디애나 공장에 6억 달러를 투자해 일자리를 400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일본의 지난해 12월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4% 늘어 15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일본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 늘어난 반면, 수입은 2.6% 줄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수출은 2015년 10월부터 14개월간 감소하다가 지난달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14개월 연속 감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14개월 연속 줄어든 것과 같은 기록이다.
수출 증가 폭은 블룸버그가 집계한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치(1.1%)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수입 감소 폭은 전달(-8.8%)보다는 줄어들었지만, 예상치(-0.8%)보다는 컸다.
일본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 강세가 심해지면서 엔화가 약세로 전환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글로벌 수요 회복의 신호이기도 하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12월 무역수지는 6천414억엔 흑자를 기록해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치(2천811억엔 흑자)를 크게 웃돌면서 4개월째 흑자를 이어갔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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