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토기에 고려청자까지…평생 모은 유물 내놓은 변우용씨
1t 화물차 5대 분량…대구교육청 "내년 개관 대구교육박물관에 변우용홀 만든다"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한 유물 수집가가 내년 들어서는 대구교육박물관에 30여년간 모은 애장품 7천 점을 기증했다.
변우용(67)씨는 지난해 도자기, 서책 등 평생 애지중지한 유물을 대구시교육청에 기증했다.
방대한 수집품을 보관하기가 버거워진 데다 사설 박물관을 지어볼까 했던 마음을 접은 터라 교육 목적으로 기부하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다.
기증한 물품은 종류가 다양하다.
신라·가야 토기부터 고려청자, 조선백자, 일본강점기 사기그릇까지 시대별 도자기류와 장롱·반닫이·소반 등 고가구, 물레·촛대·신·관복·가체 등 생활용품 및 복식류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대부분 불에 타 구하기 어려운 고려 시대 서책도 있고, 일제강점기에서 1970년대까지 교과서가 2천여 점에 이른다.
변씨는 교장을 하다 퇴직한 아버지에게서 유물을 물려받은 일이 수집을 시작한 계기였다고 기억한다.
어느 화가 집을 방문했을 때 고가구와 진열장을 장식한 유물을 보고 나서는 옛것을 모으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그는 회사원으로 일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유물을 수집했다. 처음 10년간은 사기를 당해 가짜 유물을 사온 적도 부지기수였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 끝에 고미술 감정학을 공부해 진품을 알아보는 안목이 생겼다.
수집량이 많아져 집에 보관하기 어려워지자 창고나 사무실을 따로 빌렸지만 이내 가득 찼다.
유물을 팔아본 경험은 딱 한 번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물려준 조선 시대 가죽신이 바스러지는 바람에 누군가에게 80만원을 받고 팔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TV 감정 프로그램에 등장한 가죽신 감정가는 500만원이었다.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변씨가 기증한 유물은 1t 화물차 5대 이상이 운반해야 하는 분량이다. 가치가 적어도 1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그는 짐작한다.
보물 지정을 요구할만한 품목도 5∼6가지라고 한다.
학예사 등 4명이 유물을 포장해 시교육청 수장고로 옮기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렸다.
그는 "수집품을 팔아 내 손에서 떠나보내면 다시는 볼 수 없고 장사꾼 사이에서 굴러다닐 것이 뻔한데 그게 싫었다"며 "교육박물관에서 가치가 빛을 발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교과서에서만 접하던 유물을 실제로 보며 조상이 어떻게 물건을 만들고 사용했나 생각해줬으면 한다"며 "그런 학생 중에서 훌륭한 역사학자 1명만 나와준다면 보람을 느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교육청은 내년 7월 개관하는 교육박물관에 변우용 홀을 만들어 그가 기증한 유물을 한데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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