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탈퇴로 세계경제 美위상 급변 예고…트럼프 협상력도 시험대
다자협정→양자협정 구도 변화…"美리더십 유지에 악영향"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 선언하면서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무역협정의 구도가 여러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협정에서 양자협정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TPP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자간 무역협정으로, 아시아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의 상징과 같은 협정이다.
중국을 군사적·경제적으로 견제함으로써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시도한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표적 아·태 정책으로 꼽히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이를 뒤집음으로써 중국과 같은 다른 국가에 근육을 과시할 판을 깔았고 세계 경제에서 미국 위상을 급변시키게 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모든 미국의 전통적 경제·정치 동맹들이 이제 재평가·재협상에 노출됐음을 세계에 통보한 격"이라며 "세계 경제·정치에서 영향력과 리더십을 유지할 미국의 능력에 장기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당장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기회를 늘리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멕시코는 "세계에 개방된 나라"라는 말도 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서구 민주주의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조소했으며 미국이 국내로 시선을 돌리느라 비운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유무역 진영의 '리더' 노릇을 했다.
선거 기간 트럼프의 외교정책통으로 불리기도 했던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도 이번 일이 "미국의 신뢰도에 근본적인 의문을 불러올 수 있다"며 "우리 동맹과 무역 파트너들을 당혹스럽게 하며 중국에 전략적 기회를 주게 된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협상의 기술'이라는 저서를 남겼을 만큼 협상력을 자신하는 기업가 출신 트럼프 대통령이 TPP 탈퇴 선언으로 본격적으로 국가정상으로서의 협상력을 시험받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 상대로 택한 것은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유럽 단일시장 접근권을 잃고 각국과 새로운 무역 협상을 시작해야 할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다. 두 정상의 의제에 양국 공통 의제인 무역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에 못지않은 테스트가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TPP 탈퇴에 앞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선언했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미국이 우선시되는 양자무역 협상의 시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만큼 실익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전망은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일자리 보호를 자유무역 반대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AP통신은 미국 공장 일자리 감소에서 대외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무역협정 수정에 따른 일자리 보호는 입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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