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어쩌나…트럼프의 TPP 탈퇴·나프타 재협상 행보에 '당황'
아베노믹스-TPP 연계한 아베, 진퇴양난…美없는 TPP 추진한다
나프타 재협상, 멕시코 생산 거점 日 자동차 기업 등에 '직격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자 일본이 당황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재협상도 공식화하고 일본을 지목하며 무역이 불공평하다고 비판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공세를 강화하자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아사히신문은 24일 일본 정부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에게 TPP의 필요성을 이해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TPP 탈퇴가 현실화하자 앞일을 예측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TPP를 아베노믹스의 핵심으로 강조해왔고, 그 때문에 그동안 여러차례 탈퇴 의지를 표명해온 미국을 TPP에 끌어들이려 노력해왔으나, 결국 무산된 상황에 허탈해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3일 국회 대표질문에서도 '미국 없는 TPP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니 TPP가 가진 전략적, 경제적 의의에 대해 이해를 시키겠다"고 말했었다.
아베 총리의 이런 언급으로 볼 때 미국이 빠진 TPP라고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특히 전날 밤 트럼프 대통령이 TPP 탈퇴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호주의 맬컴 텀불 총리와 전화회담을 통해 미국 빠진 TPP라도 조기 발효토록 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중국과 함께 일본을 지목하며, 미국 자동차 업계의 부진이 이들 국가의 폐쇄성 때문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일본 내에서 당황하는 기색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은 일본 국내에서 판매가 늘지 않고 있는데도 일본은 미국에 수십만 대나 수출하고 있다"며 "대일무역에 장벽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해 일본으로선 적절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에 몰렸다.
이에 대해 산케이신문은 "각국의 다른 소비자 수요를 무시한 일방적인 발언"이라고 지적하면서 "이처럼 미국이 보호주의적인 자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일정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불안감을 표시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무역불균형을 지적하면서 일본의 시장 개방을 강하게 압박할 우려가 있다"며 "생산 체제를 재검토하도록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는 한 자동차 제조사 간부의 목소리를 전했다.
미국이 이날 TPP 탈퇴와 함께 나프타 재교섭을 공표한 것 역시 일본 제조사들의 해외 사업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이로인해 멕시코를 생산 거점으로 활용해 미국 시장을 겨냥하는 일본의 자동차,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제조사들은 1994년 나프타 발효 이후 멕시코에 진출해 미국 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펴왔다.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멕시코에 진출한 기업의 수는 2015년을 기준으로 957개나 된다.
도요타, 닛산, 혼다, 마쓰다 등 자동차 제조사들이 멕시코에 공장을 차렸고 자동차 부품 회사들도 멕시코로 공장을 옮겼다. 2015년 일본 자동차 업체의 멕시코 생산 대수는 130만대에 이르며 그 중 70~80%는 미국 시장에 수출됐다.
일본 자동차 제조사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생산거점을) 재검토해야하는가'이다"고 말했고 다른 일본 기업은 "추이를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다. 추후 재교섭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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