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우선주의'에 헝가리 총리 "당연한 발언"
"미국이 허락했으니 우리도"…자국 우선주의 확산하나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선언은 그의 취임 연설 중 가장 중요한 대목이었다며 헝가리 총리가 공개적으로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헝가리 중앙은행이 개최한 경제포럼에서 "우리는 세계 질서를 좌우하는 국가로부터 허락을 받은 셈이다. 이제 우리도 우리 자신의 이익을 먼저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는 다자주의의 종말을 뜻한다"며 "이런 변화는 중요한 사건이며 위대한 자유, 위대한 선물이다"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전 세계 각국과 돈독한 관계를 다지겠지만 모든 나라는 자국의 관심사를 우선 고려할 권리가 있다는 전제 아래 그러한 관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해 미국 대선 선거 기간에 외국 정상 중 가장 먼저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헝가리 모델'을 언급하면서 정치적 안정을 강조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네 번째 총리직을 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헝가리 총리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빌어 다자주의를 버리고 자국 중심주의를 택하겠다고 말하면서 유럽에서도 극우, 보수 정당을 중심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꿈틀거릴 전망이다.
올해 주요 선거를 앞둔 유럽 극우정당 대표들은 이미 21일 독일 서부 코블렌츠에 모여 유럽 민족주의를 선포했다.
올해 4월 대선에 출마하는 프랑스 극우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대표는 이 모임에서 "우리는 한 세계의 종말과 또 다른 세계의 시작인 민족국가의 도래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린 르펜은 최근 여론 조사에서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와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유럽 극우정당들은 국경통제 부활, 민족국가 설립, 난민 추방 등을 주장하며 유럽연합(EU) 체제를 거부하고 있어 올해 선거에서 이들이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면 유럽에서 자국 중심주의는 도미노처럼 번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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