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돼지 잡종배아 처음 만들어…'장기 생산' 장기목표 첫걸음
솔크연구소 연구팀, 생물학 저널 '셀'에 논문 게재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인간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돼지 배아에 주입해 만든 '인간-돼지 잡종 배아'가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이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장기를 생산한다는 궁극 목표에 다가가는 첫걸음으로 평가돼 주목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솔크 생물학 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 소속 연구팀은 26일(현지시간) 생물학 저널 '셀'(Cell)에 이런 내용을 포함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4년에 걸쳐 1천500개의 돼지 배아와 40명 이상의 사람으로부터 채취해 배양한 iPSC를 이용해 이 연구를 했다. 유전자 조작에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기법을 사용했다.
연구팀이 발생 단계별로 다른 인간 줄기세포를 활용해 실험해 본 결과, 착상 전 초기 발생 단계에서 나온 '나이브(naive)형' 만능분화세포나 착상 직후 단계에서 나온 '프라임드(primed)형' 만능분화세포보다 그 사이 단계의 '중간단계' 만능분화세포가 돼지 배아에 주입됐을 때 가장 오래 살아남고 발달을 계속할 잠재력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배아를 암퇘지 자궁에 착상시켜 3∼4주간 발달시켰다.
연구책임자인 후안 카를로스 이스피수아 벨몬테 교수는 "이 정도면 인간 세포와 돼지 세포가 어떻게 서로 섞이는지 이해하는 작업을 시도하기에 적당히 길면서도, 인간과 뒤섞인 동물에 대한 윤리적 우려는 제기되지 않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런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 장기나 조직을 동물에서 생산하되, 환자의 유전자에 맞춰 만들어서 거부반응 없이 이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다만 이런 꿈을 달성하려면 기술적 어려움이 크고 윤리적 난점도 많아 아직은 한참 먼 훗날의 얘기다.
이스피수아 벨몬테 교수는 "이번 연구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과학자들이 배양접시에서 줄기세포를 키워서 원하는 기능을 지닌 세포로 분화시키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데 이것이 마치 열쇠를 복사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열쇠를 복사했더니 거의 똑같아 보이는데 집에 가서 문을 열려고 하면 열리지 않는 상황"이라며 "뭔가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실험에서 인간 줄기세포가 가장 잘 살아남은 경우에도 잡종 배아에서 인간 유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또 잡종 배아 속의 인간 줄기세포는 뇌세포 등이 될 수 있는 중추신경계로는 발달하지 않고 근육세포 등 다른 기관으로 발달했다.
윤리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오히려 낫다는 게 이스피수아 벨몬테 교수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서 두뇌 형성에 인간 줄기세포가 기여한다든지 하면 윤리적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solati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