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투병 생면부지 목사에게 신장 떼주는 선생님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40대 초등학교 선생님이 생면부지의 남성에게 선뜻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했다.
23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전교생이 140명인 강원도 고성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인 이주희(41·여)씨가 26일 서울삼성병원에 입원해 신장 이식수술을 받는다.
이씨는 올해 첫 신장기증인이다. 가족이나 지인이 아닌, 전혀 모르는 남에게 신장을 기증하는 '순수 신장기증인'은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19년째 교직 생활을 해온 이씨는 딸 2명과 아들 1명을 키우는 엄마로, 10년 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장기기증을 결심한 데는 남편의 영향도 컸다.
초등학교 교사인 남편이 6년 전 결핵을 앓고 신장 기능마저 저하되는 것을 본 이씨는 2년 전 다니던 교회의 장기기증 서약예배에서 신부전 환자들의 사연을 접하고 남편을 떠올렸다고 한다.
생명을 나누는 것의 소중함을 깨달은 이씨는 지난해 본부를 찾아 신장기증 의사를 밝혔다.
이씨는 "원래 제 꿈이 사회복지사였다"며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언젠가는 꼭 생명나눔을 실천하겠노라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신장은 서울에서 한 작은 가정교회를 운영하는 김모 목사에게 이식된다.
김 목사는 1996년에 만성신부전증을 진단받고 혈액투석을 시작했다. 온 가족이 간염과 신장질환을 앓고 있어 신장기증을 해줄 형편이 되지 않던 중에 생명의 은인을 만난 것이다.
김 목사는 "건강해진 몸으로 하루빨리 주님을 위한 사역에 집중하고 싶다"며 "새 생명을 선물해주신 기증인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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