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바둑협회, 레슨프로·세미프로 도입 추진 '논란'
단급증도 발급키로…한국기원 "고유권한 침해 당혹"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아마추어 바둑을 관장하는 대한바둑협회가 골프처럼 레슨프로, 세미프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반상에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바둑협회는 레슨프로와 세미프로 제도를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협회는 지난 20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2017년 정기 이사회를 열고 레슨프로, 세미프로 시행과 관련해 "한국기원과 먼저 협의하고, 심사위원회 논의를 거쳐 다음 이사회 때 협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추후 열릴 임시이사회 일정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안은 한국기원의 협조를 얻기 어려울 전망이다.
협회는 아마추어 바둑과 생활체육 바둑을 관장하고, 프로 바둑은 한국기원이 맡는다.
협회는 프로 실력에 가까운 아마 바둑 기사들이 바둑 보급 활동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레슨·세미프로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기원은 '프로' 용어를 다른 기관에 의해 확대하는 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협회도 이 점을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대한바둑협회 이사인 김달수 아시아바둑연맹 사무총장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개념을 먼저 명확히 정리하고, 레슨프로 등 용어를 한국기원과 협의해서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아직 협회 측에서 정확한 내용을 전달받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당혹스럽다"며 협회의 움직임이 프로의 권위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프로기사들과 기원 이사들 사이에서 반발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바둑협회는 자체 단급증을 발행하는 안건도 의결했다.
현재는 한국기원이 프로·아마 단증을 발급하고, 급증은 협회와 기원이 공동으로 발급하고 있다.
협회는 별도의 아마 단급증을 올해 안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단급 심사에 관한 시행·관리·운영 등 제반 사항을 규정하는 심사위원회 규정을 제정하고, 앞으로 대회 심사, 대국 심사, 특별 심사, 입상 심사, 명예 심사 등을 통해 단급증을 발행하기로 했다.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단증 발급은 프로의 권위로 해온 일이다. 이는 협회도 기원의 고유 권한으로 인정, 선을 지켜온 부분"이라며 협회의 단급증 발행도 논란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원은 운영위원회와 이사회 등을 거쳐 이들 사안을 신중하게 논의할 방침이다.
단급증 발행은 수수료 등 이권 문제도 얽혀 있어 양 단체의 대립각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날 협회는 이사회에서 이재윤 대구광역시바둑협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내정하고, 최종준 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상임부회장으로 의결했다. 김혜순 전 이사를 부회장으로, 전재명 CMN 대표를 신임이사로 추천했다.
2017년도 내셔널바둑리그는 18개 팀이 출전하는 가운데 3월부터 열기로 했고, 바둑계 문제 해결과 중장기 발전 계획을 논의하는 협의체 설립을 한국기원에 제안하기로 했다.
바둑을 국내외에 보급하고 국제 스포츠 무대로 진출시키는 방안을 연구하는 '마인드스포츠바둑연구소'(가칭)도 설립하기로 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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