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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살처분, 살처분, 살처분…AI 대응, 이 방법외에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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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살처분, 살처분, 살처분…AI 대응, 이 방법외에는 없나

가금류 3천271만 마리 매몰…정부 보상금 규모 2천370억원

(서울=연합뉴스) 정열 정빛나 기자 =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내면서 농가에 지급되는 정부 보상금 규모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두 달여 만에 전체 가금류의 20% 가량이 매몰되면서 살처분 중심의 방역 대책이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거침없는 살처분에도 AI 종식은 요원…실효성 논란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은 H5형 AI 양성 반응이 나오는 즉시 발생농장은 물론 500m 이내 관리 지역에 있는 농장의 가금류와 알에 대해 살처분·폐기하고 있다.

살처분은 이산화탄소(CO2) 가스로 가금류를 안락사시킨 뒤 매립·소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보호지역'으로 불리는 발생농장 반경 500m~3km 내에서도 AI 발생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선제적 조치'라는 명목하에 예방적 살처분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최초 신고가 접수된 이후 지난 21일까지 국내 가금농가 사육 마릿수의 19.8%에 해당하는 3천271만 마리가 매몰됐다.

과거 AI 최대 피해로 기록됐던 2014~2015년 517일간 살처분한 1천937만 마리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정부가 피해 농가에 지급할 보상금 규모도 2천37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특히 산란계(알 낳는 닭)의 피해가 심각한데, 전체 사육규모의 33.2%에 해당하는 2천321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는 절반 이상 사라져 생산기반 자체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국, 일본, 영국 등 축산 선진국의 사례를 들며 바이러스 박멸을 위해 강력하고 신속한 살처분 정책을 중시한다.

하지만 정부가 모범 사례로 드는 미국·일본의 경우 발생농장에 대해서만 살처분을 실시하고 있다. 그 외 역학농장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살처분을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 같은 유형의 H5N6형 AI가 발생한 일본은 살처분 규모가 114만 마리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거침없는 살처분에도 AI 종식은 요원하다는 점이다.

횟수는 크게 줄었으나 의심 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으며, 야생 철새에 의한 재확산 위험도 있다.

막대한 정부 예산 투입과 가금 산업 기반을 무너뜨리는 수준의 살처분 대책이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 "근본대책 없이 살처분만 의존…사육환경도 개선돼야"

전문가들은 살처분 중점으로 이뤄지는 현재의 방역체계가 예찰 및 초기진압을 강화하는 쪽으로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는 당국이 이번 사태 초기에 강력한 초동대처에 나서지 않고 한 달이 지난 뒤에야 AI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해 총력전에 나서는 등 사실상 늑장대응으로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정부도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돼 있는 AI 위기경보 단계를 간소화하는 등 방역체계의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 소장은 "이번의 경우, 초기에 발생 특성을 보면 여기저기서 의심 신고가 들어왔고 그때야 정부 방역시스템이 작동했다"며 "농가로부터 신고가 들어온 뒤에는 이미 AI가 퍼진 상황이나 다름없어 살처분 효과가 있을 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살처분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예찰 체계 구조부터 고쳐야 한다"며 "농가에서 신고가 들어오기 전에 정부가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 의심증상을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물복지 차원에서도 이제는 고도의 밀집·밀폐 사육방식인 공장식 축산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밀집 사육을 지양하기 위해 농가별 사육 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직접 양계장에 가보면 거의 전부 좁은 케이지를 4~5단으로 쌓아 올려 그 안에 닭을 옴짝달싹 못하게 가둬놓고 키우고 있고, 냄새와 먼지, 악취 등으로 눈이 따갑고 숨을 못 쉴 정도"라며 "닭이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의 사육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살처분과 소독만으론 AI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장식 사육을 지양하고 동물의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AI 바이러스가 유입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passi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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